어느 학교 보내셨나요… 학부모 유권자는 궁금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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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집 안’ 들여다봤습니다]자녀교육 열전

《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대선 후보들의 교육 공약에 학부모 유권자들은 집중한다. 학부모들이 교육정책 변화에 예민한 건 자녀가 대학 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치면 어쩌나 두려워서다. 현 시스템에 맞춰 어릴 때부터 열심히 대입을 준비해 왔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했던 변화가 생기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연스레 학부모들은 대통령 후보들은 자녀를 어떤 초중고교에 보냈을까 궁금해한다. 대선 후보들이 “부모 경제력에 따라 아이 미래가 결정되지 않게 하겠다”며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폐지, 대입 수시모집 비중 축소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자격고사화, 심지어 학제개편까지 거론하고 있으니 말이다. 》




그런데 대선 후보 자녀의 출신 초중고교에 대해선 알려진 게 거의 없다. 후보 캠프 관계자들조차 잘 모른다. 본보가 대선 후보 다섯 명의 캠프에 모두 확인해 봤지만 후보를 오래 모셔 왔다는 측근조차 자녀의 출신 초중고교는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며칠에 걸쳐 한 캠프 내 여러 사람에게 수차례 물었지만 한 번에 대답해준 적이 없었다.

○ 특목고-자사고 보낸 후보는 없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측은 그나마 2012년 대선 출마 과정에서 딸의 호화 유학 논란으로 출신 학교가 알려졌다. 그런데도 캠프에서는 서로 “잘 모르겠으니 ○○○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결국 다섯 번째 사람에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안 후보의 외동딸 설희 씨(28)는 2002년 서울 송파구 가원초교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미국 시애틀에서 타이 중학교, 뉴포트 고등학교를 다니다 캘리포니아 주 팰로앨토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캠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아이 하나만 달랑 보내는 조기 유학과는 다르다”며 “김미경 서울대 교수(안 후보의 아내)가 유학을 갔을 때 딸을 돌보기 위해 함께 데려간 것”이라고 했다. 최근 제기된 김 교수의 원정출산 논란을 의식한 듯 “딸은 J2, F2 비자를 받았다”고도 했다. J2 비자는 교환학생이나 교수 연구원 등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부모의 자녀가 받을 수 있다. F2 비자는 유학생의 동반 자녀에게 발급된다.

특히 안 후보는 핵심 교육공약인 학제 개편이 큰 관심을 받았다. 서울의 한 학부모는 “대입이 그대로인데 학제 개편으로 교육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 건 본인이 국내에서 자녀 입시를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초교 입학이 1년 빨라지면 우리 아이가 언니 오빠들 틈에서 평생 입시와 취업 경쟁을 해야 할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 강남 명문학교 출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자녀의 출신 초중고교 이름 밝히는 것을 매우 꺼렸다.

유 후보 측은 처음에 “아들딸 모두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의 일반 초중고교를 나왔다. 자사고나 외고를 나온 건 아니다”라고만 확인해줬다. “딸이 지난해부터 유명세를 치러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였다.

본보가 확인한 결과 아들 훈동 씨(35)와 딸 담 씨(23)는 강남구 개포동 개일초교와 구룡중을 졸업했다. 고교는 강남구 도곡동의 중대부고와 은광여고를 나왔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17∼20대 지역구가 대구였는데 자녀는 강남 학교를 보냈으니 이름 알려지는 게 싫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 후보 측은 “두 아들과 통화했는데 실명은 공개 안 하고 싶다며 모두 자사고나 그런(특목고가) 게 아닌 일반 학교를 나왔다고만 설명했다”고 말했다. 같은 이야기를 전한 다른 관계자는 “사모님이 거짓말을 하진 않으니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후 본보는 홍 후보의 장남 정석 씨(36)가 서울 강남구 개포고, 차남 정현 씨(34)가 송파구 잠신고를 거쳐 강남구 휘문고를 나온 게 맞는지, 초중학교는 송파구에서 나왔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홍 후보 측은 “맞다”고 했다. 휘문고는 2011년부터 자사고지만 정현 씨가 재학 중일 땐 아니었다.

문 후보 측은 끝내 학교 이름 공개를 거부했다. 문 후보 측은 “사모님에게 여쭸는데 아들(준용 씨·35)과 딸(다혜 씨·34) 모두 부산 금정구에 있는 자동 배정받은 학교를 다녔다고만 했다”며 “학교 이름은 사생활에 해당해 밝히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좀 더 논의해보고 최종 답변을 드리겠다”고 했지만, 전혀 연락이 없었다.

이후 본보는 준용 씨가 금정구 지산고를 나온 사실은 확인을 받았다. 금정구는 해운대구가 급부상하기 전 교육특구로 유명했던 곳. 캠프 측은 “문 후보는 영도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금정구에서 터를 잡고 부산 생활을 이어갔다”면서도 금정구로 옮겨간 시점을 밝히진 않았다. 준용 씨가 지산고를 졸업한 사실은 졸업생들조차 잘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졸업생은 “취업 특혜 의혹도 찜찜함이 남았는데 학교라도 떳떳이 밝히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007년 대선 출마 경선 과정에서 아들 이우균 씨(24) 출신 학교가 일부 알려졌다. 본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우균 씨는 경기 안양 민백초교를 졸업한 뒤 중고교 교육과정을 도시형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에서 마쳤다. 이우학교는 한때 분기당 학비가 150만 원 정도였고, 최태원 SK 회장 장남도 다니면서 ‘귀족학교’로 알려졌다. 입학할 땐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도 소개서를 쓰고 면접까지 봐야 한다.

심 후보는 아들이 이우학교에 진학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일주일에 3일 이상 집을 비울 수밖에 없다 보니 아이가 움츠러들고 자신감이 없고 그랬다. 입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아이가 스스로를 세워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일이 절실했다. 남편은 이우학교가 일반 학교보다 등록금이 비싸고 어쨌든 특별학교 아니냐며 일반 학교를 보내자고 했지만 6개월 논란을 벌이다 결국 이우학교를 보내기로 결론을 냈었다.”

최예나 yena@donga.com·홍수영·박성진 기자
#대선후보#자녀#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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