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대신 푸틴에게 손 내미는 김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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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블라디보스토크 정기항로 개설… 北, 5월 러 승전식에 대규모 대표단
中언론 “소외된 러, 北과 관계 강화”… 日언론 “러, 北접경에 병력 집결”

미국과 중국이 북핵 압박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면서 북한이 러시아와의 접근을 강화하고 있다. 냉전시대 이후 ‘중국-소련 등거리 외교’를 펼쳐 실리를 챙긴 북한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손잡고 제재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란 듯이 러시아에 구애의 손길을 내미는 형국이다.

북한은 다음 달부터 나선시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간 선박 정기 항로를 열고 화물과 여객을 함께 수송할 수 있는 만경봉호를 투입하기로 했다. 만경봉호 노선 운영을 맡은 러시아 ‘인베스트 스트로이 트러스트’사의 블라디미르 바라노프 사장은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러 간 철로가 있지만 투입되는 열차가 적다. 해로를 이용하면 확실히 화물 여객 운송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항로 개설에 정치적인 배경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북한은 다음 달 9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행사에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6일 이 같은 북-러 접근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신문은 이날 ‘러시아는 북한 핵 문제를 두고 중국을 원망하나’라는 사설에서 북핵 대응을 놓고 미중이 정상회담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하는 등 긴밀히 공조하는 가운데 소외된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중-러 관계도 예전과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습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관계는 다음 달 14일과 1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7일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은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해법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러시아군이 북한과의 국경 지역 인근에 군대를 집결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 핵 시설을 파괴하면 극동 지역이 큰 피해를 보고 북한 주민들이 국경으로 몰리면서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북한#시진핑#푸틴#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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