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경제보복’ 빼드는 中… 내부서도 ‘거영국(巨嬰國)’ 비판 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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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보복 2개월]겉으로만 자유무역 외치는 시진핑
트럼프의 보호무역 비판하면서 외교갈등 주변국엔 보복 ‘이율배반’
본말 전도된 사드보복
미사일장비 대북 수출 눈감고 ‘사드 배치’ 한국에만 집요한 공세

세계무대에서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한편에선 한국의 사드 배치를 이유로 경제 보복의 칼을 휘두르는 중국의 이율배반적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5년 9월 미국을 방문해 미중관계를 사람 인(人)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세계무대에서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한편에선 한국의 사드 배치를 이유로 경제 보복의 칼을 휘두르는 중국의 이율배반적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5년 9월 미국을 방문해 미중관계를 사람 인(人)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이 주요 2개국(G2)임을 자부하면서도 정치적 이유를 내세워 ‘경제 보복의 칼’을 휘두르는 대국답지 않은 행태를 두 달 가까이 계속하고 있다. 2월 27일 롯데그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이후 중국은 노골적이고 전면적인 보복 조치로 한국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1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 최고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미국의 보호주의 회귀 움직임과 대조적으로 개방과 자유무역주의의 수호자임을 역설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문제로 한국 기업에 보복을 가하는 이율배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행태에 대해 중국 내부에서도 스스로를 ‘거영국(巨嬰國·덩치만 큰 철부지 어른 국가)’으로 부르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친선혜용의 포용은 어디로

시 주석 정부는 주변국에 대한 외교정책 기조로 ‘친선혜용(親善惠容·친밀 선린 혜택 포용)’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뜻에 따르지 않는 나라에 이런 기조는 화려한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는 많다.

중국과 필리핀 갈등이 대표적 사례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7월 남중국해 관련 국제중재재판소의 판결로 냉각됐다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취임한 뒤 회복되는 듯했지만 최근 다시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은 2월 23일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전날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필리핀 외교장관이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을 군사화하는 조치를 크게 우려한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중국 해경은 지난달 27일에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 군도)에서 필리핀 어선에 총격을 가해 쫓아냈다. 이에 대응해 21일 필리핀 델핀 로렌자나 국방장관이 C-130 군용 수송기를 타고 스프래틀리 제도의 티투 섬을 방문했다.

○ 정치 갈등엔 경제 보복이 전가의 보도

몽골도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달라이 라마가 몽골에서 열린 종교 행사에 참석해 강연하자 철도 건설 및 광산 개발과 관련된 차관 제공 논의를 갑자기 중단했다. 올해 2월 몽골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다시는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지 않겠다”고 백기 투항한 후에야 중국은 경제 지원을 재개했다.

2012년 일본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국유화하자 중국은 첨단 전자제품 제조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2010년 10월에는 노르웨이 노벨평화상위원회가 반체제 지식인 류샤오보(劉曉波)를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자 노르웨이의 최대 대중 수출품인 연어 수입을 중단했다가 7년 만인 최근 해제했다.

외신들은 이런 중국의 행태에 대해 ‘정치를 이유로 경제적으로 보복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중국을 비판한다. 중국의 이런 행태는 세계경제포럼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포럼의 ‘2016년 세계무역가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시장의 폐쇄성은 조사 대상 136개국 중 126위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평화굴기’하던 중국이 ‘근육질 외교’를 구사하고 평온하던 남중국해에서 주변국과 갈등을 빚게 된 것은 국력이 커진 것에 걸맞은 위상을 확보하겠다는 패권의식에 사로잡힌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전방위적 보복을 하고 있지만 북한이 김일성 생일(태양절)인 15일 군사 퍼레이드에서 선보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중국산 특수 차량에 실려 공개됐다. 사드 배치의 원인(북한의 위협)을 제거하는 데는 소홀하면서 방어 조치에만 칼을 들이대는 적반하장의 태도다.

최근 대만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에 대한 보복의 근거로 사드 레이더가 자국을 탐지한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정작 중동의 한 국가에 FD-2000 방공 시스템을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난징(南京) 군구 부사령원을 지낸 왕훙광(王洪光) 예비역 중장 등은 최근 중국이 사드를 무력화할 수 있는 장비를 산둥(山東) 성 등에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력화에는 레이더 신호를 방해해 기능을 교란하거나 사드를 직접 파괴하는 것도 포함된다. 사드가 전략적 위협이라는 주장이 표리부동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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