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무료열차 타려고… 예약시스템 뚫은 공군 중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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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객차 불법 배정 SW 만들어… 좌석 선점한 장교 2명 적발

불법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군 장병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고속철도(KTX) 등 ‘군 전세 객차’의 좌석을 선점한 장교 2명이 군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들 중 한 명은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사이버 보안 임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기무사 A 중위는 2015년 6월 공군 정보체계관리단에서 근무할 당시 국방수송정보체계 내 ‘군 전세 객차 예약시스템’에 적용할 목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좌석 배정 등 특정 명령을 자동으로 수행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같은 해 말까지 이를 활용해 부당하게 좌석을 배정받아 이용한 혐의로 국방부 조사본부의 수사를 받고 있다.

군 전세 객차는 장병들이 휴가 등을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제공되는 KTX, ITX-새마을호 등의 열차를 말한다. 병사, 부사관, 대령 이하 장교 등이 대상인데 무료인 만큼 좌석을 배정받기가 매우 어렵다.

군은 이 때문에 부인과 따로 사는 경우(별거 간부), 상위계급, 근속연수 등으로 좌석 배정 우선순위를 정해두고 있다. 미혼의 A 중위가 좌석을 배정받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이에 A 중위는 비인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1, 2차 배정이 모두 끝난 뒤 잔여석을 자동으로 배정받았다. 잔여석 역시 배정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문제는 A 중위가 2016년 1월 기무사로 전출되면서 이 프로그램을 같은 부서의 임관 동기 B 중위에게 넘겨주면서 발생했다. B 중위는 이를 이용해 1년여간 50차례 가까이 좌석을 부당하게 배정받아 공군본부(충남 계룡대)에서 서울을 오갈 때 사용했다. 특히 B 중위는 아예 1차 좌석 배정 때부터 이를 사용해 좌석을 선점하다 수상하게 여긴 국군수송사령부에 덜미가 잡혔다.

이런 가운데 B 중위가 공군 차원에서 근신 10일의 경징계만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북한 추정 세력이 군 인터넷과 인트라넷을 동시에 해킹한 사건 이후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지만 처벌 수위는 여전히 가벼운 수준이다. 군 관계자는 “사이버 보안 임무를 하는 장교들이 불법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용하는 등 오히려 시스템 무력화에 앞장섰다는 건 심각한 기강 해이”라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무사는 “A 중위의 경우 기무사 전입 전에 발생한 일이지만 중징계 이상으로 엄중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공군#불법#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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