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폭로 핵폭탄 투하”… 中재벌, 당국과 전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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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9조원 기업 회장 궈원구이, 뇌물혐의 ‘적색 수배령’ 내리자 해외서 지도부 부패폭로전 맞불… 11월 당대회 ‘태풍의 눈’ 가능성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은행 계좌, 재산, 부동산, 미국과 유럽에서의 자녀 교육 등에 대한 폭로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부패 혐의로 수배를 받아 해외 도피 중인 중국의 재벌 회장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포함한 최고 지도부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에 머물고 있는 중국 투자회사 정취안(政泉)홀딩스와 판구(盤古)인베스트먼트 지배주주인 궈원구이(郭文貴·50·사진) 회장은 20일 밤늦게 올린 트위터 글에서 “누구도 나를 협박할 수 없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2월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부패 폭로 핵폭탄을 투하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궈 회장은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새둥지라는 뜻) 인근에 판구다관(盤古大觀)이라는 사무실과 아파트, 7성급 호텔의 복합건물을 운영하고 있다. “1200억 위안(약 19조9332억 원)의 자산은 가족이 관리하는 기업에 속한 것”이라고 스스로 밝혔을 정도로 거부다. 시 주석 집권 이듬해인 2013년 12월 중국을 떠났고 2014년 4월부터 중국 검찰의 수배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협력 관계였던 마젠(馬健) 전 국가안전부 부부장은 2015년 낙마해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궈 회장과 중국 당국의 대결이 표면화한 것은 18일 중국의 요청으로 인터폴이 ‘적색 수배령’을 내리면서부터다. 인터폴은 궈 회장이 마 전 부부장에게 6000만 위안(약 96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수배를 내렸다. 궈 회장은 “중국 당국이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은폐하려고 (나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다”고 전면 부인했다.

궈 회장은 하루 뒤인 19일 미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미국의소리(VOA)’와 인터뷰를 하고 중국 지도부의 부패 혐의를 폭로했다. 궈 회장은 인터뷰에서 반(反)부패 사정의 핵심인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부인 야오(姚) 씨 등이 하이난(海南)항공의 지분을 부정 취득했으며 시 주석이 이에 대해 조사를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중국 당국은 19일 마 전 부부장의 뇌물 수뢰 자백 영상을 중국 인터넷과 유튜브에 올렸다. 이달 13일 녹화된 23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마 전 부부장은 궈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이 2008∼2014년 사이 어떻게 궈 회장을 도왔는지 증언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당국이 여론전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자 궈 회장은 20일 마 전 부부장에게서 얻은 자료들을 근거로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각에선 궈 회장이 중국 최고지도부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비리 정보를 알고 있어 11월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급히 신병을 확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궈 회장이 앞으로 누구에 대한 비리를 얼마만큼 신뢰할 만한 증거와 함께 제시하느냐에 따라 19대 당대회의 권력구조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궈 회장의 배후에 또 다른 권력 배경이 있다는 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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