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병언 일가에 세월호 인양비도 환수 못한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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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년이 돌아오는데도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이 숨긴 재산은 아직 환수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3년 전 세월호 인양과 유족 보상 등에 5500억 원이 들어간다며 일단 국고에서 마련한 뒤 ‘범죄 수익’과 다름없는 유병언 일가의 재산을 빼앗아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유 전 회장의 자녀 중 장남 대균 씨가 횡령죄로 2년 복역 후 출소했지만 정부가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가운데 법원에서 확정된 배상액은 7576만 원뿐이다. 진행 중인 1878억 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이기지 못하면 세월호 수습 비용을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할 판이다.

유병언 일가가 세월호를 직접 침몰시킨 건 아니라 해도 참사의 원인을 따라가면 무리한 증축 등 청해진해운의 부실 경영이 근본 원인이었음은 분명하다. 정부는 2년 전 유병언 일가 등이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1676억 원 상당의 재산을 동결했다. 2014년 말에는 유 전 회장의 재산이 자녀에게 넘어가면 환수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피상속인에게 넘어간 재산도 범죄수익 몰수 대상에 포함시켜 추징할 수 있도록 ‘유병언법’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범죄 혐의의 당사자인 유 전 회장이 유죄 선고를 받기도 전인 2014년 6월 사망함에 따라 유병언법은 유 전 회장 일가에게 적용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는 횡령죄 등을 걸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지만 정작 유병언 일가의 자녀들은 잠적하거나 국내 압송을 거부하며 빠져나간 뒤다. 법을 무력화할 정도로 치밀하게 짜인 유병언 일가의 재산 도피 각본에 우리 사회가 농락당하는 것은 아닌가.

1997년 당시 유병언 세모 회장은 세모 명의로 종금사에서 거액을 대출받고도 회사 부도 이후 원금 대부분을 탕감받은 전력이 있다. 이런 기업을 상대하는 정부가 비상한 의지를 갖고 구상권을 행사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법무부 국세청 예금보험공사 등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를 꾸려 혈세를 최대한 환수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급선무다. 청해진해운 단죄를 통해 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인해야 한다.
#유병언#세월호#유병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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