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진 “배우는 감독과 시나리오의 뜻을 잘 전달하는 사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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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스릴러 ‘시간 위의 집’으로 스크린 컴백 김윤진
영화 흐름에 꼭 필요한 만큼 연기, ‘튀지 않는 배우’로 정평
“나보다 캐릭터에 더 다가가고 싶어”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국내 영화에 출연한 배우 김윤진 씨. 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
‘국제시장’ 이후 3년 만에 국내 영화에 출연한 배우 김윤진 씨. 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
여배우들이 세월이 무색한 동안미모를 자랑하지만 배우 김윤진 씨(44)의 눈가에는 나이에 걸맞은 잔주름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시간 위의 집’에서 주인공 미희를 연기한 그를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는 자신의 집에서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미희가 교도소에서 25년간 복역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펼쳐진다. 그는 평범한 30대 주부 미희, 60대이지만 칠순이 한참 넘은 것처럼 보이는 노인 미희를 연기한다. 노인 분장과 연기가 퍽 자연스럽다.

“제가 시술(?)을 지나치게 했으면 아무리 얼굴에 풀을 발라도 노인의 주름이나 표정이 표현이 안 되지 않았을까요. 그런 상태라면 배우로서 이런 배역을 제안받았을 때 방법이 없잖아요. 아직까지는 그냥 유지하고 버티고 싶어요.”

그러면서 그는 “물론 5년 뒤에는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웃었다. 김 씨는 크게 ‘튀지 않는’ 배우다. 더도 덜도 아니고, 영화의 흐름에서 꼭 필요한 만큼을 연기해 냈다. 영화에 미희가 아들을 잃고 큰 슬픔에 빠지는 장면이 있다. 배우로서 연기력을 보여줄 만한 기회지만 그는 오히려 미희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건조하게 처리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야기의 흐름이 중요하지 제가 어느 장면에서 얼마나 잘 울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배우는 감독과 시나리오가 전하려는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씨는 미희가 후두암 말기라는 설정, 신부(옥택연)와의 만남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의 디테일 등 자신의 의견이 영화에 받아들여진 곳들이 있다고 했다. “감독님에게 매일 (제안을) 던졌어요. 감독님은 ‘아, 예…’ 하실 뿐 대부분 무시하시지만요. (웃음) 그중에 괜찮은 게 받아들여졌다면 그건 감독님의 능력이지요.”

영화는 이야기가 촘촘하고 연출의 호흡도 나무랄 데 없는 스릴러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이웃 사람’(2012년), ‘세븐 데이즈’(2007년)를 비롯해 스릴러 장르가 적지 않다. “스릴러는 드라마틱하면서도 깔끔하게 스토리를 전달하기에 매력적”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영화 제목을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에 김윤진이 아니라 극중 미희보다 비중이 덜한 신부 역의 옥택연이 뜬다고 하자 “택연 씨 팬 분들만 영화를 봐도 100만 명을 넘을 텐데 얼마나 좋아요”라고 말했다.

“인생 길잖아요. 배우 김윤진이 드러나는 것보다는 캐릭터에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하모니’(2009년) 찍을 때 나문희 선생님이 가만히 앉아서 기도하는 연기를 봤는데, ‘아 이게(이 연기가) 영화네’ 싶더라고요. 저도 그런 존재감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시간 위의 집#김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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