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60%씩 밀어준 호남… 본선땐 누구 손 들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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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호남 표심 어디로

민주당 경선 현장투표하는 당원들 27일 오후 광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호남권 경선 현장 투표에 나선 당원들이 길게 줄을 서서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민주당 경선 현장투표하는 당원들 27일 오후 광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호남권 경선 현장 투표에 나선 당원들이 길게 줄을 서서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안철수도 키우고 문재인도 밀어주나.’

호남은 27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60.2%라는 높은 지지를 보냈다. 호남은 또 25, 26일 9만여 명이 참여한 국민의당 호남 현장 투표에서 안철수 전 대표에게 64.2%의 지지를 안겼다. 대선 후보 경선의 최대 분수령인 호남은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모두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주며 대권 가도를 활짝 열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호남 유권자는 전국의 10%에 불과하지만 민주당 역대 경선에선 호남의 승자가 늘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경선으로 호남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일궈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5년 전인 2012년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는 56.52%의 과반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본선으로 직행했지만 광주·전남(48.46%)과 전북(37.54%)에서는 과반을 얻지 못했다. 투표율에서도 호남 민심은 5년 전에 비해 호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호남지역 선거인단 투표율은 56.86%로, 2012년 48.3%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전두환 표창장 논란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걸로 분석됐다.

문 전 대표 캠프 총무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영록 전 의원은 “국민의당과 숫자나 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호남의 민심이 어디로 쏠려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호남 경선에서 14만2343표를 득표했고 안 전 대표는 현장 투표로만 5만8504표(제주 제외)를 얻었다.

특히 문 후보에 대한 호남의 ‘비토’ 기류가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세간의 인식 때문인지 문 후보는 이날 승리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문 전 대표가 결과 발표 직후 “(호남이 저를) 지역통합 국민통합 후보라고 평가해 줬다. 호남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다”며 감개무량해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의 득표를 평가 절하하는 분위기다. 현장 투표로만 구성된 국민의당의 완전국민경선은 민주당의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나 현장 투표보다 바닥 민심을 더 많이 반영했다는 주장이다. 당 관계자는 “모바일 투표는 대다수가 조직 동원”이라며 “문 전 대표가 얻은 60% 득표를 25일 궂은 날씨에도 현장 투표를 하러 온 유권자들과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당 호남 경선에서 청년층은 문 전 대표, 장년층은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등 세대 간 분리 현상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20∼40대에서, 안 전 대표는 50대 이상에서 강세를 보였다. 경선에서 문, 안 전 대표 모두의 손을 들어준 호남 민심이 본선에서 어디로 수렴될지도 관심이다. 광주의 정모 씨(53·여)는 “아무리 욕하고 비판해도 될 사람에게 투표하는 것이 광주 사람”이라며 호남 민심의 전략적 선택 성향을 대변했다.

그러나 호남 민심이 아직까지 확실한 지향점을 정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기류도 있다. 전북 전주에서 회사를 다니는 김영우 씨(31)는 “공약을 보면 안 전 대표가 나은 것 같지만 주변에는 문 전 대표 지지자도 많이 보인다. 다들 누구를 택할지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기자

#대선#호남#문재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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