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김태완 “다시 시작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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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팀 넥센서 부르는 부활의 노래

배트 끝을 투수 쪽으로 향하는 김태완 특유의 타격 폼. 넥센 제공
배트 끝을 투수 쪽으로 향하는 김태완 특유의 타격 폼. 넥센 제공
한때 그는 김태균(35·한화)의 뒤를 이을 유망주로 꼽혔다.

꼬박 10년 전인 2007년 김태완(33·넥센)은 당시 한화 소속으로 시범경기에 나서 홈런 및 타점 1위(3홈런, 7타점)를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1군 데뷔 3년 차를 맞은 2008년 정규시즌에는 23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당당히 활약했다. 공익근무요원 복무 이전 시즌(2010년)에도 전체 126경기 중 116경기에 출장했다. 장밋빛 미래만이 기다릴 줄 알았다.

기대와 현실은 달랐다. 복귀 후에도 좀처럼 기량을 꽃피우지 못하면서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서 유망주지, 나이는 어느새 고참급이 되어갔다. 그럴수록 마음은 더 급해졌다.

배트 끝을 투수 쪽으로 향하는 김태완의 독특한 타격 폼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팀을 맡는 감독마다 타격 폼 수정을 주문했다. 김응용, 김성근 감독 등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명장들의 지시였기에 더욱 흘려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독이 됐다. 그나마 있던 장점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2013시즌 이후 4년 동안 친 홈런은 10개가 전부였다. 성적이 추락하자 출전 기회도 점점 줄어들었다. 지난 시즌 김태완은 24경기 출장에 그쳤다. 김태완은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고, 만류하던 구단도 결국 시즌 직전 그를 웨이버로 공시했다.

15년간 몸담았던 둥지를 떠난 김태완의 선택은 넥센이었다. 관심을 보인 여러 구단 중에 넥센을 선택한 이유는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는 제안 때문이었다.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내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공교롭게도 넥센은 박병호(31·미네소타)가 성공 스토리를 쓴 곳이기도 하다. 김태완과 마찬가지로 전 소속팀(LG)에서 여러 코칭스태프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하던 박병호는 선수의 자율을 중시하는 넥센으로 이적하면서 비로소 잠재력을 터뜨렸다.

26일 끝난 시범경기 성적만으로 보면 김태완의 선택은 성공적이다. 김태완은 이번 시범경기에서 14타점을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랐다. 타율도 0.370(27타수 10안타)이나 된다. 중심 타선에서 꾸준히 기회를 얻으며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태완은) 기본적으로 실력이 좋은 선수다. 꾸준히 출전 기회를 보장받으면서 타격 폼을 바꾸지 않고도 배트 타이밍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주변에서도 “절실함이 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시범경기가 전부가 아니란 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부활의 노래를 꿈꾸는 김태완의 도전은 31일 2017시즌 개막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넥센#한화#김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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