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미세먼지, 숨쉬기 무섭죠?… 외출땐 ‘보건용 마스크’ 써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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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미세먼지 속 건강 지키기

봄이 오면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일도 늘었다. 3월 들어 21일까지 전국 미세먼지 수준이 ‘보통’ 이하였던 때는 단 8일에 불과했다. 한 시민이 마스크를 낀 채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동아일보DB
봄이 오면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일도 늘었다. 3월 들어 21일까지 전국 미세먼지 수준이 ‘보통’ 이하였던 때는 단 8일에 불과했다. 한 시민이 마스크를 낀 채 미세먼지로 뿌연 서울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동아일보DB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봄철 불청객이라 하면 황사였다. 그런데 요즘엔 이 자리를 크기가 훨씬 작은 무언가에 뺏겼다. 다름 아닌 ‘미세먼지’다. 황사는 보통 크기가 10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입자로 구성되는데, 미세먼지는 이의 4분의 1인 2.5μm 이하의 입자다.

μm가 100만분의 1m이므로, 미세먼지는 고작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다. 이렇게 작다 보니 숨으로 들이마시면 코털과 기관지 섬모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깊숙이 침투해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황사 입자가 골리앗이라면, 미세먼지 입자는 작지만 더 무서운 다윗인 셈.

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각종 유해 물질도 포함하고 있다. 질산염, 암모늄, 황산염 등 이온 성분과 탄소화합물, 금속화합물 등이다. 이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가 연소할 때 나오는 대기 오염 물질들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경유를 태울 때 나오는 미세먼지 블랙카본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장기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감기, 천식, 기관지염, 폐암 등의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계 질환, 피부 질환, 안구 질환 등에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오염된 공기로 연간 약 31만 명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영국에서만 연간 치료비 39억 유로(약 4조 7300억 원). 미국 암학회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m³당 1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 증가할 경우 전체 사망률은 7%, 심혈관·호흡기계 원인 사망률은 12% 증가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세계적으로도 높다. 최근 전 세계 공기 질을 실시간 모니터한 결과 서울이 한때 베이징보다 더 나쁜 공기 질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 화제가 됐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실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부득이 외출할 때는 황사마스크, 모자, 보호 안경을 착용한다. 천 교수는 “미세먼지는 코털과 기관지 섬모까지 통과하므로 일반 마스크가 아니라 ‘보건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권했다.

보건용 마스크는 추위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는 방한대 등 일반 마스크와 달리 미세입자를 걸러 내는 성능을 가진 마스크로, 평균 약 0.6μm 이하의 입자를 80% 이상 차단해 황사, 미세먼지 등 입자성 유해 물질 또는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의약외품으로 허가된 55개 사 287가지 제품이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 보건용 마스크의 올바른 구입·사용방법을 소개했다.

허가된 보건용 마스크 포장에는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 ‘KF94’, ‘KF99’가 표시돼 있다. KF 뒤에 붙은 숫자는 마스크가 0.6μm과 0.4μm의 아주 작은 미세먼지를 몇 퍼센트나 걸러 낼 수 있는지에 관한 수치다. KF80은 80% 이상, KF94와 KF99는 각각 94%, 99% 이상 각각 걸러낼 수 있다는 의미. 즉 KF 뒤 숫자가 높을수록 입자 차단 성능이 높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공기도 적게 투과해 숨쉬기 어려울 수 있다. 어떤 마스크든 PM2.5보다 훨씬 작은 입자를 걸러 내기 때문에 직접 사용해 보고 자신에게 편한 마스크를 사용하면 되겠다.

그 밖에 생활 수칙으로는 외출 후 돌아와서 반드시 손과 얼굴을 씻고 코를 흐르는 물에 씻어 내는 것이 좋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있으며 창문을 닫고 대청소를 하는 것은 자제하며, 실내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 물도 많이 마셔야 한다. 천 교수는 “체내 이물질 배출을 돕도록 물과 차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탈수를 유발하는 카페인 음료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음식이 미세먼지로부터 내 건강을 지킬 것이라는 맹신은 금물. 한동안 삼겹살이 호흡기 건강에 도움이 된다거나 비타민 E가 폐암 발생을 줄여 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석탄분진에 노출됐던 탄광 광원들이 삼겹살을 즐겨 먹었다고 해서 나온 속설이다. 1970, 80년대까지만 해도 돼지고기 표면이 정갈하지 않았다. 덜 손질된 잔털이 많았는데 이 잔털이 구강과 식도 표면의 분진을 쓸어내릴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 오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은 미세먼지와 같은 중금속을 해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방 함량이 높아 지용성 유해 물질의 체내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균형 있는 식생활로 다양한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해 체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굳이 특정 음식을 찾는다면 해독 작용이 뛰어난 미역 같은 해조류나 녹황색 채소류를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미세먼지#보건용 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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