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창사… 中 공안, 한국대표팀 삼엄한 경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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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월드컵 亞최종예선 중국전 앞두고 첫 훈련

20일 축구 국가대표팀이 중국 후난 성 창사에서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 켐핀스키 호텔 앞에 배치된 삼엄한 경비 인력들.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중국과의 경기(23일)를 위해 19일 창사에 도착했다. 창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20일 축구 국가대표팀이 중국 후난 성 창사에서 숙소로 이용하고 있는 켐핀스키 호텔 앞에 배치된 삼엄한 경비 인력들. 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중국과의 경기(23일)를 위해 19일 창사에 도착했다. 창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特警(특경) POLICE’가 새겨진 검은 차량을 중심으로 공안(경찰)들이 배치됐다. 훈련 장소로 떠나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을 태운 차량이 호텔을 빠져나가자 불빛을 번쩍이며 대기하고 있던 흰색 경찰차가 앞으로 나선다. 검은 차도 곧바로 뒤에 붙었다. 유대우 대표팀 단장은 “선수들과 함께 중국에 많이 와 봤지만 이렇게 삼엄한 경호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고요함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 중국과의 방문경기를 앞두고 후난 성 성도(省都) 창사에서 20일 첫 훈련을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경기가 열리는 23일 5만5000명을 수용하는 허룽스타디움이 “한국 타도”를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중국인들의 움직임은 없다. 그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야기된 한중 갈등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팀은 19일 밤늦게 창사에 도착했다. 창사황화국제공항에는 중국 당국의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중국에서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공안을 추가 배치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작은 소동’은 선수단이 밤 12시를 넘어 도착한 숙소 켐핀스키 호텔에서 발생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가 한국 선수들을 취재하면서 엘리베이터까지 따라 타려는 것을 협회 직원들이 막으면서 실랑이가 있었던 것. 대표팀의 숙소가 중국 전역에 노출되면 행여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걱정해서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중국 투숙객이 한국 선수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선수들은 이런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은 “공항에서도 특이한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다. 경기장 분위기를 얘기하는데 그런 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승점 3점을 따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역시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고 생각하기에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경기는 경기일 뿐이다. 관중이 가득 차면 더 열심히 뛸 기분이 생길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국은 앞선 5경기에서 3승 1무 1패(승점 10점)로 A조 2위에 올라 있다. 각 조 1, 2위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 중국은 2무 3패(승점 2점)로 한국에 지면 탈락이 확정된다.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창사는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의 고향에서 가깝다. 국가대표팀이 이곳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2004년 올림픽 대표팀이 이곳에서 중국과 맞붙었는데 한국이 2-0으로 이기자 성난 중국 관중이 한국 응원단을 향해 볼트와 오물 등을 던져 한국 여성이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대표팀은 수십 명의 공안과 중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후난성인민운동장에서 오후 4시 45분(현지 시간)부터 1시간 30분가량 훈련을 한 뒤 숙소로 돌아갔다. 조용한 첫날이었다.

창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슈틸리케호#월드컵#축구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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