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SK에 1조원 투자 돌연 백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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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사 직전서 사드배치 발표뒤 급변… 아무 설명도 없이 협상 일방 중단
사드 보복에 한중 합작사업도 타격

SK그룹 계열사인 SK플래닛이 중국 최대 민영투자회사로부터 1조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려던 계획이 지난해 말 ‘백지화’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성사 직전까지 갔던 협상이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후 급격히 냉각됐다고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노골화하면서 대중국 수출은 물론이고 한중 합작사업마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SK플래닛에 대규모 지분을 투자하겠다던 중국민성(民生)투자유한공사(중민투)는 지난해 말 일방적으로 계획을 철회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갑작스레 협상 테이블을 떠나 SK그룹이 적잖이 당황스러워했다”고 전했다.

SK그룹은 지난해 초부터 중민투와 지분 인수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SK플래닛의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SI)를 찾던 중이었다. 최태원 SK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실현할 또 하나의 프로젝트였다. 중민투 역시 한국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 SK와 손잡는 데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6월 투자업계에서는 “이미 9분 능선을 넘어 최종 사인만 남겨둔 상태”라는 평가가 나왔다.

순조롭던 협상은 지난해 7월 정부의 사드 배치 발표를 계기로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다. 양국 정부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SK는 상대를 자극할까 봐 협상 정체의 원인이 뭔지 질의조차 하지 못했다. 중민투를 이끌고 있는 둥원뱌오(董文標) 회장은 중국 정·관계와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의 기류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국내 재계에서는 중국 사업 기회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기자동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차량을 모두 제외시켰다. 올 1월에는 중국의 춘제(春節·설날)를 앞두고 한국 항공사들의 부정기 항공편(전세기) 운항 신청을 불허했다. 화장품 등 중국 수출 품목의 통관이 거부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사드 보복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피해자인 기업들은 대책 없이 정부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사드#sk#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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