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또 꺾은 고다이라, 서른 넘어 펼치는 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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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빙속 500m 0.31초 차 우승

이상화(왼쪽)가 21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시상식 직전에 금메달을 딴 일본 고다이라 나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고다이라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상화가 후배인데 귀여운 장난을 많이 친다. 친구처럼 느끼는 이상화에게 한국어도 배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제공
이상화(왼쪽)가 21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시상식 직전에 금메달을 딴 일본 고다이라 나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고다이라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상화가 후배인데 귀여운 장난을 많이 친다. 친구처럼 느끼는 이상화에게 한국어도 배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의 31세 노장 고다이라 나오가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빙속 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가 넘어서야 할 확실한 목표가 되어가고 있다.

이상화는 21일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오벌에서 벌어진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70으로 같은 7조에서 함께 뛴 고다이라(37초39)에게 0.31초 차로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고다이라는 올 시즌 5차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다. 이상화는 올 시즌 4차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아시아경기에서 고다이라에게 모두 졌다.

이상화가 올 시즌 내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고는 하나 고다이라의 상승세는 분명 무섭다. 고다이라는 2월 초 강릉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7초13의 일본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전까지 이상화에게 번번이 밀렸던 고다이라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이후 친구이자 우상인 이상화를 넘어보겠다는 목표를 세우며 성장했다. 고다이라는 지난 세계선수권이 끝난 뒤 “이상화와 어떻게 ‘하이 레벨’의 경기를 펼칠지 고민하면서 성장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다이라는 이번 경기 후에도 “이상화는 여전히 내게 강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일본 스피드스케이팅 관계자들은 고다이라가 훈련과 몸 관리 방법을 바꾼 것이 30세가 넘어서 전성기를 맞이한 이유로 본다. 일본빙상연맹의 한 관계자는 “고다이라의 발전은 마치 팔꿈치 인대가 손상된 투수가 수술 후 구속이 전보다 빨라진 것과 같다”고 했다.

고다이라는 소치 올림픽 이후 스케이팅 강국인 네덜란드로 유학을 가 장거리 실전 경험을 쌓았다. 이때 500m, 1000m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했다. 그 전까지 장거리 훈련은 거의 하지 않았다. 또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었던 고다이라는 네덜란드 유학 도중 우유와 달걀 등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는 것을 알고 하루 식단을 전면적으로 바꿔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없도록 했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터 약한 근육을 집중적으로 보강하는 웨이트트레이닝에서 상하체 전체적으로 근육의 크기를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바꾼 것도 효과를 봤다.

이날 경기가 열린 오비히로 오벌 경기장은 이상화가 2010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종합(500m, 1000m 합산 점수)에서 자신의 첫 메이저 국제대회 금메달을 따낸 곳이어서 기대가 컸다. 하지만 코너를 도는 도중 이상화의 오른쪽 다리가 바깥으로 밀려 주춤하는 사이 고다이라가 치고 나왔다. 오른쪽 종아리 부상이 결국 변수가 됐다. 왼발을 앞으로 밀고 나갈 때 오른발이 제대로 축이 되지 못했다.

이상화는 경기 후 “차라리 올림픽을 앞두고 고다이라 밑에 있는 것이 부담이 덜 된다. 예전과 달리 꾸준히 1위를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지금이 가장 편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진짜 대결 무대는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이라는 얘기였다.
  
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이상화#고다이라 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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