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기술로 딴 스키 금메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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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그너스, 한국 첫 겨울 亞경기 크로스컨트리 우승

김마그너스가 20일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스키 크로스컨트리 남자 1.4km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펼쳐 든 채 기뻐하고 있다. 한국이 겨울아시아경기 이 종목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Lene Kilsund Axelsen 페이스북
김마그너스가 20일 열린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스키 크로스컨트리 남자 1.4km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펼쳐 든 채 기뻐하고 있다. 한국이 겨울아시아경기 이 종목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Lene Kilsund Axelsen 페이스북
노르웨이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마그너스(19·대한스키협회)는 20일 한국 최초의 아시아경기 스키 크로스컨트리 금메달을 따고 나서 뜻밖의 말을 했다. 그는 스키 선수이지만 스케이트 기술을 익힌 것이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그에게 스케이트를 가르친 사람은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전설인 전이경(41)이다.

김마그너스는 이날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시라하타야마 오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스키 크로스컨트리 남자 1.4km 개인 스프린트 클래식 결선에서 3분11초40으로 쑨칭하이(중국)와 동 타임을 기록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부츠 앞쪽 끝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것으로 판명돼 극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크로스컨트리 1.4km 종목은 육상으로 치면 100m 달리기에 해당한다. 3분대 초반에서 경기가 끝나기 때문에 직선 주로에서 끌어올린 스피드를 곡선 주로에서도 얼마나 줄이지 않고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코스가 짧은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코너링에서 승부가 갈린다. 김마그너스는 쇼트트랙을 통해 과감한 코너링을 배웠다. 스키를 신고 코너링을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힘이 들지만 그는 “쇼트트랙을 통해 길러진 코너링에 대한 자신감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마그너스는 부산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전이경으로부터 취미로 쇼트트랙을 배웠다. 싱가포르 대표팀 코치를 맡아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전이경은 “2006년인가 토리노 겨울올림픽 무렵에 김마그너스 어머니의 친구와 인연이 돼 김마그너스에게 쇼트트랙을 가르쳤다”고 기억했다. 전 코치는 “쇼트트랙 선수가 됐어도 좋았을 만큼 스케이팅에 대한 운동신경도 좋았고 빠르게 기술을 배웠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마그너스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무조건 ‘운동해’라고 하면 안 됐다. 왜 이 운동을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 줘야 했다. 그리고 이해가 되면 무섭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3년 전엔가는 부산지역 산악자전거 대회에 나간 걸로 알고 있다. 무얼 하든 승부욕이 대단하다”며 옛 제자의 우승이 당연하다고 축하했다.

쇼트트랙을 통해 길러진 코너링 자신감뿐만 아니라 박병주 크로스컨트리 대표팀 코치가 알려준 코스 정보, 러시아 출신 미하일 데뱌탸로프 감독이 짜준 전략, 그리고 자신이 세운 레이스 구상 등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가 금메달로 이어졌다.

박 코치는 “내가 삿포로 경기장에서 많은 경기를 해봐서 코스 정보를 잘 안다. 그 정보를 알려줬는데 마그너스가 제대로 파악하고 나왔다”며 웃었다. 사전에 코스를 완벽하게 읽은 김마그너스는 선두권의 선수 뒤를 바짝 따라붙다가 결승 지점을 150m 정도 앞두고 마지막 내리막에서 추월하는 작전을 세웠다. 박 코치는 “막판 추월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김마그너스는 삿포로에 도착하면서 “처음이 좋아야 ‘줄줄이 사탕’”이라고 했다. 첫 결과가 좋아야 계속 좋은 결과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첫 종목에서 꼭 금메달을 따겠다”던 약속을 지킨 그는 “오늘 정신이 없지만 기분은 너무 좋습니다”라며 기쁨을 만끽했다.

삿포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쇼트트랙#김마그너스#크로스컨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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