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천재’ 오명 씻고 그린 정상에 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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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제네시스’ 우승 더스틴 존슨, 악천후 강행군 속 첫 세계 1위 등극
음주운전-투어 중단 등 딛고 재기… 그레츠키 딸과 꾸린 가정도 큰 힘

그의 과거는 어두웠다. 16세 때 권총 절도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2009년에는 음주 운전으로 체포되기도 했다. 2014년에는 갑자기 골프 선수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마약 복용 혐의도 끊이지 않았다.

막장으로 치닫는 듯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015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복귀한 그는 게으른 천재라는 오명을 씻어내며 필드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번 주 발표된 세계 남자 골프 랭킹에서는 생애 처음으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극적인 반전의 주인공은 더스틴 존슨(33·미국)이다.

세계 랭킹 3위였던 존슨은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리비에라CC(파71)에서 끝난 PGA투어 제네시스오픈에서 최종 합계 17언더파로 5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악천후 탓에 하루에 3, 4라운드를 연이어 치르는 강행군 속에 차지한 이번 우승으로 존슨은 1986년 도입된 세계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한 20번째 선수가 됐다.

193cm, 86kg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존슨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2008년 PGA투어 데뷔 때부터 10년 동안 매년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다시 골프에 집중한 그가 더 많은 트로피를 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최근 30년간 10년 연속 PGA투어에서 우승을 기록한 선수는 존슨 외에 타이거 우즈와 필 미컬슨뿐이다.

존슨의 재기에는 가족이 큰 힘이 됐다. 2013년 아이스하키의 전설인 웨인 그레츠키의 딸인 폴리나 그레츠키와 약혼한 뒤 2015년 아들을 얻었다. 가정을 꾸린 뒤 평소 게을리하던 훈련에 집중한 그는 큰 무대에서 약한 새가슴 징크스에서 벗어났고, 장타에 정교한 쇼트게임까지 갖추게 됐다. 이번 대회 기간 두 번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주위의 축하를 받았다.

노승열은 공동 11위(9언더파)로 마쳤다. 최경주는 공동 17위(7언더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미국프로골프#pga#더스틴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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