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곡 꽃피운 김순남과의 만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탄생 100주년 음악회 여는 최영식 소장
詩의 억양 살린 비운의 월북 작곡가… 22일 ‘진달래꽃’ 등 13곡 전곡 무대에

고 김순남 씨
고 김순남 씨
“김순남 선생은 한국 가곡의 정체성을 확립시킨 작곡가입니다.”

작곡가 김순남(1917∼1983)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인 ‘비운의 천재 작곡가 김순남을 노래하다’가 21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한국가곡연구소 주최로 열리는 이번 음악회에는 팝페라 가수 카이의 진행으로 김순남의 외동딸인 방송인 김세원(72)의 인터뷰 및 영상과 함께 공희상 강지현의 피아노와 장구 길석근, 대금 김규환의 반주로 김순남의 가곡 13곡을 모두 들려준다. 소프라노 강은현 장은진, 테너 김승직, 바리톤 나건용이 무대에 오른다.

17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국가곡연구소 최영식 소장(65·사진)은 “1920년대에 국내에 소개된 가곡은 1940년대까지 서양 가곡의 형식을 모방한 형태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순남은 한국 고유의 민족음악을 확립하고자 독자적인 창작어법을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한국 최초의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노 협주곡 작곡가인 김순남은 1948년 월북했다. 러시아로 유학을 가며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남로당 숙청 바람이 불어 사상 검토를 받다 모든 공직을 잃었고, 1983년 투병 끝에 사망했다. 그는 1988년 월북, 납북 음악인의 작품에 대한 규제 해제를 계기로 재조명받았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김순남이 작곡한 ‘진달래꽃’ ‘바다’ ‘산유화’ 등 13곡이 모두 무대에 오른다. 최 소장은 “13곡 안에는 무려 세 가지 스타일의 가곡이 존재한다. 민요풍의 가곡, 사실적인 가곡, 현대기법으로 작곡한 가곡 등의 스타일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현대무용음악 ‘스파르타쿠스’를 작곡한 아람 하탸투랸(하차투리안)과 쇼스타코비치가 칭송했던 김순남은 특히 우리 시의 억양을 음악에 잘 살려냈다. 최 소장은 “초기 가곡은 서양음악의 형식을 가져오다 보니 시의 언어를 살리지 못했고, 반주도 단순했다. 하지만 김순남은 우리나라의 전통음악 요소를 도입해 우리 가곡의 매력을 살렸다”고 말했다.

9년 전 설립된 한국가곡연구소는 앞서 작곡가 홍난파, 박태준, 현제명, 채동선, 이흥렬, 김세형, 김성태, 조두남, 김동진 등을 재조명했다. 최 소장은 “한국 가곡의 이론적인 연구와 역사 등 문헌 정리는 물론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들도 널리 알리고 싶다”며 “외국인을 위한 가곡집을 내는 등 한국 가곡의 해외 보급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2013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때 외국인 콩쿠르 참가자를 위한 한국어 딕션 자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순남 기념음악회#한국 최초 현대음악 작곡가#진달래꽃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