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 방해”… 기부 빌딩 준공식 안간 정문술 부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KAIST ‘양분순 빌딩’ 완공
부부 이름 건물 나란히 서게 돼

2009년 10월 19일 정문술 빌딩을 방문한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오른쪽)과부인양분순여사. 동아일보DB
2009년 10월 19일 정문술 빌딩을 방문한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오른쪽)과부인양분순여사. 동아일보DB
“연구에 방해된다.”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79)의 부인인 양분순 씨(80)가 8일 부부의 기부금으로 KAIST에 지어진 ‘양분순 빌딩’ 준공식에 남긴 불참 사유다. 남편 정 전 회장도 오지 않았다.

양분순 빌딩은 이 부부가 2014년 미래전략대학원 설립과 뇌 인지과학 인력 양성을 위해 기부한 215억 원 가운데 100억 원과 교비 10억 원 등 110억 원으로 2015년 5월 착공해 이날 준공됐다.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6127m²(약 1853평) 규모로 바이오 및 뇌공학 실험실, 동물실험실, 연구실, 강의실 등을 갖췄다.

양분순 빌딩 바로 옆에는 KAIST에서 가장 높은 ‘정문술 빌딩’(11층)이 있다. 이 건물은 정 전 회장이 2001년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의 융합 학문을 발전시키는 데 써달라며 KAIST에 기부한 300억 원 중 일부로 지었다. 2003년 정문술 빌딩 준공식 때에도 정 전 회장은 같은 고집을 부렸다. 건물에 자기 이름을 쓰는 것도 반대했던 그는 “할 일을 한 것뿐인데 왜 내가 생색을 내느냐”며 준공식에 오지 않았다. 대신 “완공된 건물 사진 한 장 보내 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정 전 회장은 이후 KAIST를 자주 방문했지만 정문술 빌딩을 지나치기만 했다고 한다. “국민을 먹여 살릴 연구 성과가 나올 때까지 그 건물에 가지 않겠다”고 했던 그는 준공 6년 만인 2009년 10월 처음으로 이 빌딩을 찾았다. 빌딩에 입주한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연구팀이 ‘말초조직의 기능적 혈액 관류 측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였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정문술#양분순#kaist#양분순 빌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