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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세 한국인 ‘페인트 마스터’ 매뉴얼따라…전세계 BMW 도장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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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세 한국인 ‘페인트 마스터’ 매뉴얼따라…전세계 BMW 도장 작업

한우신기자 입력 2017-02-01 15:04수정 2017-02-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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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표면을 칠하고 광택을 내는 도장(塗裝)은 자동차를 완성하는 작업이다. 차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이런 중요성을 감안해 독일 BMW는 본사 차원에서 자사 차량에 대한 도장 작업을 관리하고 있다. 독일 회사의 장인 정신에 엄지가 들려질 터. 하지만 BMW를 특별하게 만든 건 한국인 기술자다. BMW 본사는 2012년부터 전 세계 BMW정비센터에 'BMW Color System Paint Training'이란 동영상 매뉴얼을 배포하고 있다. 이 덕분에 BMW 도장 작업은 한층 체계화됐다. 이 매뉴얼을 만든 사람이 한국인 기술 명장 최호영 코오롱글로벌 성산AS지점 부장(46)이다.

최 부장은 1996년부터 BMW 정비 작업 중에서 도장을 전담했다. 작업장에는 책자로 된 도장 매뉴얼이 있었지만 부실했다. 매뉴얼을 따랐다가 작업을 그르치기 일쑤였다. 왜 원래 차 색깔과 다르냐는 고객의 불만을 듣기도 했다. 그는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만의 도장 노하우를 쌓아갔다. 입사 13년째였던 2009년, 그는 자신의 노하우를 정리한 매뉴얼을 직접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내가 경험한 시행착오를 후배들은 덜 겪길 바라면서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후배를 위한 작은 바람으로 만들었던 이 동영상 매뉴얼은 뜻밖의 결과를 불러왔다. 매뉴얼이 독일 BMW 본사에까지 보고가 된 것. 동영상을 살펴본 BMW 본사는 2012년 최 부장에게 매뉴얼을 다시 한 번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BMW 본사가 지원한 전문 촬영팀과 함께 그는 석 달간 도장 매뉴얼을 제작했다. 한국인이 만들었기에 전 세계에 보급되는 BMW 도장 매뉴얼은 영문판과 한국어판 둘 뿐이다.

국제적으로 노력을 인정받는 동안 그는 2010년 BMW코리아로부터 'BMW 페인트 마스터' 자격을 얻었다. 도장 분야에서 마스터 레벨을 받은 건 그가 처음이다. 이후로 8명의 도장 명장들이 탄생했다. 그는 지난해엔 코오롱그룹이 그룹 내 4300여 명의 생산기술자를 대상으로 2년에 한 번 선정하는 '코오롱 마에스트로'에 오르기도 했다.

"도장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재밌어요. 이 정도면 더 배울 게 없겠다 하는 순간 새로운 과제가 빵 터져요. 그러면 다시 밤낮으로 연구합니다."

차의 색깔과 광택은 같은 차종이라도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에 따라 다르다. 그만큼 정비센터의 도장 기술자들은 매번 다른 과제물과 맞닥뜨리는 셈이다. 최 부장이 사용하는 색깔 감별기기가 4만여 개의 색깔 코드를 알려주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그 색을 복원하는 건 기술자의 몫이다. 그는 "도장은 자동차의 다른 영역에 비해 완전 자동이 불가능한 영역이라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작업할 때마다 "준비돼 있는 것은 쓰이기 마련"이라는 말을 되뇐다. 지금의 명장을 만든 성실함이 어색할 만큼 그는 청소년 시절 방황했다. 스스로 말하길 야간 공업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낮에는 불량하게 놀았단다.

그러던 중 고교 2학년 때 우연히 해체된 자동차를 본 순간 강한 끌림을 받았다. 그 모습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결국 그 때부터 자동차 정비 일을 하게 됐다. 도장 작업을 주로 하게 된 건 정비소 사람들이 막내인 그에게 도장을 맡겼기 때문. 제대로 된 매뉴얼도 없고 페인트 냄새 때문에 머리도 아픈 도장은 대다수는 꺼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마냥 즐거운 천직이었다.

"그냥 일을 하는 기술자는 많아요. 근데 이게 내 일이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 달라집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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