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소득 3400만원 넘으면 ‘건보 무임승차’ 못하게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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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건보료 개편안]

《 9550만 건. 지난해 국민건강공단에 제기된 건강보험료 관련 민원 건수다. 수많은 퇴직자가 “지역가입자가 되니 건보료가 2배 올랐다”고 항의한다. 2014년에는 단칸방 보증금, 월세 등이 소득으로 평가돼 월 5만 원의 건보료를 내 온 송파 세 모녀가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직장가입자(1581만 가구)는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지역가입자(757만 가구)는 성, 연령, 재산, 자동차 등을 평가소득으로 추정해 건보료를 내는 이중적 부과체계 탓이다. 정부가 △평가소득 보험료 17년 만에 폐지 △최저 보험료 3590원→1만3100원 인상 △연소득 3400만 원 초과 시 피부양자 제외 △보수 외 소득 3400만 원 초과 시 보험료 추가 등을 골자로 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발표한 이유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개편안을 사례로 분석했다. 》

 현재 부과체계대로라면 월세 50만 원의 단칸방에 자녀 2명과 사는 김모 씨는 소득이 없는데도 월세방에 따른 재산보험료 1만2000원과 성별, 나이 등 평가소득에 따른 소득보험료 3만6000원을 합쳐 매월 4만8000원을 내야 한다.

 반면 정부 개편안이 시행되면 평가소득이 폐지되고 4000만 원 이하인 전월세에 대한 재산보험료가 면제돼 김 씨는 최저 보험료(1만3100원)만 내면 된다. 다만 저소득층이 무조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평가소득 보험료가 사라져도 ‘최저 보험료’가 신설돼 현재 가장 낮은 보험료(3590원·23만 가구)를 내는 저소득층은 최종적으로 5배 이상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현재 최저 보험료를 내는 계층은 향후 6년간 현재처럼 보험료를 내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 보험료 적용 대상이 아닌 지역가입자는 소득, 자동차, 재산 등을 기반으로 보험료가 결정된다. 단 재산, 자동차 보험료는 서서히 감소된다. 최모 씨는 연간 1500만 원가량을 벌며 4000만 원 내외의 전셋집, 소형 승용차(1600cc 이하)를 갖고 있다.

 그는 현재 전셋집에 따른 재산보험료 1만2000원, 평가소득에 따른 소득보험료 6만3000원, 자동차보험료 4000원 등 월 총 7만9000원의 보험료를 낸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전세보증금 4000만 원 이하, 자동차 배기량 1600cc 이하는 건보료가 면제돼 최 씨는 소득보험료 1만8000원만 내면 된다. 복지부는 “다만 4000만 원 이상 고가 자동차 소유자는 보험료를 내야 한다. 재정 부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퇴직한 정모 씨는 연금소득이 연 3413만 원에 달한다. 시가 7억 원인 부동산도 보유했다. 하지만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내지 않았다. 금융소득, 공적연금, 근로, 기타 소득 중 어느 하나가 4000만 원을 초과해야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 개편안에 따라 종합과세소득 합산 금액이 연 3400만 원이 넘으면 피부양자에서 탈락해 재산보험료 12만2000원, 소득보험료 9만1000원 등 월 21만3000원을 내야 한다.

 은퇴 후 연금소득에 건보료를 물리는 이 방안에는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 개편안이 무임승차하는 피부양자를 줄이는 데 소극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피부양자는 총 2059만 명 이상(2016년 11월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의 41%나 된다. 정부안대로라면 지역가입자가 되는 피부양자는 1단계 10만 명, 최종적으로는 59만 명에 그친다.

 대기업 과장 장모 씨의 연 급여는 3540만 원. 그는 금융 임대 등 급여 외 소득으로 연간 6861만 원을 번다. 현재 그는 보수 외 소득이 연 7200만 원을 넘지 않아 보수보험료(월 4만5000원)만 냈다.

 정부안에 따르면 보수 외 소득 부과 기준이 3400만 원으로 낮아져 장 씨는 보수 외 소득보험료 17만7000원을 더해 월 22만2000원을 내야 한다. 직장인만 건보료 부담이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복지부는 재산이 많은 직장인 26만 가구에만 해당될 뿐 나머지 직장인(1555만 가구)의 보험료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부과 체계 개편으로 △1단계 9089억 원 △2단계 1조8407억 원 △3단계 2조3108억 원의 재정 손실이 예상된다. 고소득 피부양자, 부자 직장인 보험료를 높여도 지역가입자의 보험료가 감소해 재정 적자를 막을 수 없다.

 반면 건보료 부과를 단계별로 소득 중심으로 전환하려 해도 지역가입자 소득을 파악할 방법과 여건이 부실하다. 더구나 현재 안은 말 그대로 정부안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은 피부양자, 지역-직장가입자 구분을 폐지하고 모든 소득에 건보료를 부과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야당 집권 시 또 다른 정부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윤종 zozo@donga.com·김호경 기자
#건보료#무임승차#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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