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도 두손 든 ‘명절 리셀러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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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ID 통째로 넘기고… 티켓 스캔해 PDF파일로 거래

  ‘서울∼부산 KTX 표 다수 보유.’

 설 연휴 고속철도(KTX) 기차표 예매 시작 직후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이처럼 행선지별 기차표를 팔겠다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23일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따르면 10일부터 하루 평균 100여 건의 KTX 암표 판매 글이 등록됐다. 기차표를 구입한 가격 그대로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웃돈을 얹어 팔면 불법이다. 중고나라 사이트의 자체 모니터링팀이 적발한 불법 암표 판매는 22일까지 총 344건.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지난해 설(413건)이나 추석(379건) 때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명절 기차표 등 구하기 어려운 티켓이나 한정판 제품을 사재기해 웃돈을 붙여 되파는 사람들을 ‘리셀러(reseller)’라고 한다. 판매 수법이나 유통 경로가 갈수록 진화하면서 단속을 비웃고 있다. 적발해도 처벌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암표 판매는 단속보다 한 수 위다. 정보기술(IT)을 통해 막아도 번번이 뚫린다. 코레일은 지난해 추석부터 스마트폰 앱으로 예매 시 타인에게 기차표를 양도하는 ‘선물하기’ 기능을 막았다. 그러자 최근 명절 표를 예매한 코레일 아이디를 통째로 거래하는 방식이 등장했다. 실제로 중고나라에 기차표 판매 글을 올린 사람에게 연락처를 남기자 15분 만에 전화가 왔다. 판매자는 “상하행 각각 시간대별로 갖고 있다”며 “입금이 확인되면 표를 예약한 코레일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문자로 보내겠다”고 했다. 이어 “연휴가 끝나면 비밀번호를 바꿔 다시 아이디를 회수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차표는 보통 정상 가격보다 1만∼2만 원가량 비싸다.

 온라인 예매 후 프린트한 티켓을 스캔한 뒤 파일 형태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한 판매자는 “스캔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인쇄해 표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친절히 말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표를 구매하는 사람 이름으로 승차자 이름을 바꾼 PDF 파일을 보내준다”는 안내문까지 버젓이 내걸었다.

 기차 암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적발해도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현재까지 국토교통부가 KTX 불법 암표 판매에 과태료를 부과한 실적은 전무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에 강제로 개인정보 수집을 요청할 수 없어 과태료 부과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차표와 함께 리셀러의 주요 타깃 중 하나가 인기 공연의 티켓이다. 지난해 11월 판매된 영국 인기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공연 티켓은 23, 24일 이틀간 각각 1분 만에 4만5000석이 매진됐다. 예매 직후부터 현재까지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티켓 매물을 판다는 글이 2400여 개 올라왔다. 15만4000원짜리 스탠딩석 표는 6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일부 리셀러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지만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는 마땅치 않다. 1973년 마련된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암표 매매를 ‘경기장, 역 등의 장소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등을 되파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온라인 암표로 팔리는 것들에 대해서는 처벌이 힘들다. 법무법인 송담의 신현호 변호사는 “현행 법률로는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리셀러 단속이 어렵다. 시대 변화를 따라가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김배중 기자
#코레일#리셀러족#암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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