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교화장실에 파우더룸까지 만드는 서울시-교육청… 정작 변기는 턱없이 모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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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당 여학생 25명 쓰는 학교 10곳… 적정 수준인 11명 크게 웃돌아
“보여주기식 아닌 불편개선 시급”

 지난해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 지원으로 리모델링을 거친 서울 강동구의 한 중학교 화장실에는 파우더룸이 생겼다. 바닥, 외벽, 세면대도 모두 새것인 데다 화장실에서 클래식 음악까지 들린다. 반면 서울 강서구의 한 여중에서는 학생 621명이 양변기 8개, 화변기(수세식 변기) 8개를 함께 쓴다. 변기 1개를 평균 38.8명이 이용하는 것. 변기 1개당 적정 학생 수(11명)의 3.5배에 달하는 인원이다.

 당국이 학교 화장실을 리모델링하며 파우더룸까지 만드는 등 적극적으로 환경 개선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화장실에 기본적으로 설치돼야 할 변기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동아일보가 시교육청에서 입수한 ‘학교 화장실 현황’과 ‘학교 화장실 적정면적 제시 및 모델 개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초중고교의 변기 1개당 적정 학생 수는 여학생 화장실이 11.25명, 남학생 화장실이 33명이다. 기준을 초과하는 서울의 학교 화장실은 2017년 1월 현재 여학생 화장실이 204곳, 남학생 화장실이 26곳에 이른다.

 시교육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학생 화장실은 남학생 화장실보다 변기가 더 많이 부족했다. 현재 양변기와 화변기를 합한 총 변기 개수가 적정 인원수를 넘는 여학생 화장실은 모두 204곳이다. 이 중 변기 1개당 학생 수가 15명 이상 20명 미만인 화장실은 총 52곳, 25명 이상인 화장실도 총 10곳이나 됐다. 또 적정 기준을 초과하는 남학생 화장실 총 26곳 중 변기 1개당 학생 수가 35명 이상이나 되는 화장실이 총 18곳이었다.

 시교육청과 서울시는 17일 2014∼2016년 3년 동안 630억 원을 들여 440개 초중고교의 화장실을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변기 자체가 부족한 학교 화장실이 230곳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시교육청과 서울시가 수백억 원의 예산을 가지고 변기 부족 문제 등 가장 기초적인 문제 해결보다 ‘보여주기식’ 정책에 치중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시교육청 관계자는 “화장실 개선 사업이 변기 부족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총예산 416억 원 중 200억 원을 지원하는 서울시가 사업을 주도하며 호화 화장실을 만들려는 측면이 있었다. 서울시가 선정한 학교와 교육청이 (시설 개선) 우선순위에 둔 학교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화장실 개선 사업 예산 일부를 변기가 크게 부족한 82개 학교에 투입해 변기 1개당 학생 수를 15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변기#학교화장실#파우더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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