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대표가 챙겨온 시스템북이 나를 흔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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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년 쉬겠다던 염경엽, SK단장으로
SK 시스템야구 내 방향과 같아… 심사숙고 끝 영입 제안 받아들여

SK단장으로 취임하는 염경엽 전 넥센 감독. 시스템 야구에 대한 꿈이 그로 하여금 SK단장직을 수락하게 했다. 동아일보DB
SK단장으로 취임하는 염경엽 전 넥센 감독. 시스템 야구에 대한 꿈이 그로 하여금 SK단장직을 수락하게 했다. 동아일보DB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심정이 느껴졌다. 염경엽 전 넥센 감독(49)이 SK의 단장을 맡는다. SK는 17일 “염 신임 단장과 3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SK의 염 단장 선임은 야구계가 선뜻 예상치 못했던 카드다. 무엇보다도 SK는 지난 시즌 ‘염 감독 내정설’이 불거졌던 곳이다. 넥센을 맡고 있던 염 감독이 다른 팀 감독으로 옮긴다는 소문이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불거지며 도덕성 논란이 일었다. 파문이 일자 염 감독은 “내년 1년은 무조건 쉬겠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넥센 감독 사임 뒤 정확히 3개월 만에 야구판에 돌아오며 ‘말 바꾸기’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구단, 끈질긴 구애도 내 마음 잡아

 “심사숙고했다”고 말문을 연 염 단장은 “몇 년을 쉬느냐보다 중요한 건 나와 팀의 코드가 맞느냐다. 결국 내 인생 아니겠느냐. 내가 잘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 (SK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2015년 김용희 전 감독 시절부터 SK가 주창해온 ‘시스템 야구’가 염 단장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감독 및 단장 등 특정 개인의 감정이나 선택이 아니라 미리 정해둔 매뉴얼과 체계를 따라 팀의 행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시스템 야구의 핵심이다. 염 단장은 “시스템과 관련된 내용들이 명확히 문서화돼 있는 등 많은 준비가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스템대로 잘 따르되 내가 가진 디테일한 노하우를 접목시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구단의 지속적인 구애도 염 단장의 선택을 재촉했다. SK는 최근 미국에 머물고 있던 염 단장을 만나기 위해 류준열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는 등 공을 들였다. 염 단장은 “류 대표가 직접 챙겨온 시스템 북과 온갖 기획서를 보고 마음이 흔들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초청코치가 되었던 염 단장은 머물 곳을 찾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다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 한국 야구만의 시스템 확립 목표

 18일 구단 프런트와의 상견례로 단장으로서 공식 임무를 시작하는 염 단장의 목표는 ‘한국야구만의, SK야구만의 시스템 확립’이다. 염 단장은 “흔히 메이저리그식 시스템을 이야기하는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와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키워 내야 하는 한국의 환경은 엄연히 다르다. 좋은 선수도 중요하지만 좋은 선수를 키워낼 수 있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들어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센에서 박병호 강정호 등 많은 선수를 성장시킨 염 단장의 육성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높은 만큼 염 단장과 SK의 시스템 야구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허구연 MBC 야구해설위원은 “시스템 야구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성적을 내기 전에 기존 시스템 설계자(민경삼 전 단장, 김용희 전 감독)들이 물러난 건 분명히 아쉬운 부분이다. 기존에 만들어온 SK의 시스템이 중단되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염 단장의 합류로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절반인 5개 구단의 단장 자리가 선수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염경엽#sk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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