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곤의 실록한의학]왕의 단골 질병 ‘요통’, 요안혈-두충으로 다스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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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궁중에 있을 땐 좀 불편하지만 예(禮)는 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더니, 지금에 와서는 허리와 등이 굳고 꼿꼿해 굽혔다 폈다 하기가 어렵다.”

 허리의 상태를 보고 왕 노릇의 고단함을 읽을 수 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조선 최고의 성군인 세종대왕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동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질환에 시달렸지만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요통이었다. 재위 16년 11월 요통 때문에 중국 사신 세 명의 전별연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다음 해엔 궁중행사에도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세종은 이전에도 풍랭, 풍질 등 허리와 다리 등의 관절 질환을 앓았다는 기록들이 자주 나온다.

 당대 의관들은 이런 질병의 원인을 스트레스로 파악했다. 재위 7년 세종은 궁중 관리들이 관을 짜 그의 승하를 준비할 정도로 심각한 질병에 시달린 적도 있다. 당시 조선에 와 있던 중국 요동의 중의사 하양은 세종을 진맥하고는 “전하의 몸이 상부는 성하고, 하부는 허한데, 그 이유는 정신적 과로”라고 밝혔다.

 성리학을 국가 이념으로 숭배한 조선의 왕은 수양을 통해 성인의 경지에 이르도록 강요당했다. 세종은 인격적 완성을 통해 위대한 성군이 됐을지 몰라도, 받는 스트레스는 심각했을 것이다. 심지어 ‘동신언어(動身言語·근막동통증후군)’라는 병에도 걸렸는데, 말하면 모든 근육이 찌르는 듯이 아파 며칠 동안 정무를 중단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조선의 왕은 요통을 어떻게 치료했을까. 승정원일기에는 요통에 관한 기록만 250건에 달한다. 인조 효종 현종 숙종 등이 앓았던 증후와 그에 대한 진단, 치료에 대해 상세히 기록했다. 특히 숙종은 두 번의 낙상으로 다리가 당기고 통증이 좌우로 옮겨 다니며 잠을 잘 수 없는 등 현대의 요통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 어의들은 수차례 침과 뜸으로 치료하는데 요안혈을 가장 집중적으로 치료했다.

 척추는 S자로 커브를 그린다고 하지만 사실 3차례 굽어져 스프링처럼 강력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 팽팽함을 유지하는 중심 작용을 하는 곳이 요안혈이다. 여기에 자극을 주면 허리가 건강해진다는 게 한의학적 치료 논리다. 요안혈의 위치는 척추 뼈와 엉덩이뼈가 만나는 움푹 들어간 부위로 안마를 해주면 실제 허리가 튼튼해지고 곧아진다.

 왕의 요통을 다스리는 처방에는 대부분 두충이라는 약재가 들어갔다. 특히 인조와 현종의 부인 명성왕후의 요통 처방에는 두충이 중심 약재로 쓰였다. 두충은 10년 이상 된 나무의 껍질을 사용하는데 반드시 볶아서 사용한다. 볶으면 두충의 교질이 파괴돼 유효성분이 잘 나온다. 두충 껍질 속을 보면 빽빽하게 얽혀 서로 당기고 있는 하얀 실을 볼 수 있는데, 이 실이 근골과 피육을 척추 속에 붙이는 작용을 한다. 보통 생강즙에 축여 함께 볶은 후 가루를 내서 먹는다. 소변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전립샘(선)질환을 치료하는 것은 덤이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요통#요안혈#두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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