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의 복귀… 변함없는 그때 그 요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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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 ‘Remember’

S.E.S.의 20주년 앨범에 참여한 반가운 이름들. 왼쪽부터 이수만 SM 대표 프로듀서, 슈, 유진, 바다, 유영진 프로듀서. 음반은 20년 묵은 S.E.S. 스타일을 유지하지만 시대에 뒤지지 않는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E.S.의 20주년 앨범에 참여한 반가운 이름들. 왼쪽부터 이수만 SM 대표 프로듀서, 슈, 유진, 바다, 유영진 프로듀서. 음반은 20년 묵은 S.E.S. 스타일을 유지하지만 시대에 뒤지지 않는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1997년 데뷔한 S.E.S.는 케이팝 걸그룹의 원형이다.

 예쁘장한 선율에 힙합 리듬, 요정 이미지에 힘찬 안무가 결합된 ‘파워 청순’ ‘걸 크러시’라는 요즘 걸그룹들의 콘셉트가 거기서 흘러나왔다. 경쟁 걸그룹이었던 핑클이 받은 환호에 우렁찬 남자 목소리가 많았다면 S.E.S.의 팬덤엔 ‘언니 너무 예뻐’가 대변하는 여성의 동반자적 지지가 적잖았다.

S.E.S.의 ‘Remember’ 표지.
S.E.S.의 ‘Remember’ 표지.
 S.E.S.가 14년 만에 다시 뭉쳐 낸 20주년 기념 앨범 ‘Remember’(2일 발매·SM엔터테인먼트)는 굳은 땅에 발을 딛는다. 이들은 뮤지컬 넘버 같은 캐럴인 첫 곡 ‘Candy Lane’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뒤, 둘째 곡 ‘Remember’에서 영토 수복을 선포하는 깃발을 내리꽂는다. 백의의 요정으로도 기억되는 이들의 신곡은 익숙한 능선 먼저 보여준다. ‘유성’ ‘오로라 향기’ 같은 노랫말과 함께 피아노와 비브라폰의 청명하고 힘찬 타건을 뼈대로 삼는 식으로…. 한편으론 긴박하게 쪼개지는 요즘 스타일의 하이햇 리듬을 거기 얹어 세월의 더께만 살짝 걷어낸다.

 리드보컬 바다의 음색과 가창력은 변함없이 독보적이다. 저음이 풍부하게 재생되는 스피커나 헤드폰으로 듣는 게 좋다. ‘한 폭의 그림’의 랩 부분, ‘Hush’에 반복되는 베이스음의 입체감이 매력적이다.

 음반에 담긴 6개의 신곡 중 ‘Remember’ ‘한 폭의 그림’과 함께 몽환적인 R&B ‘Hush’가 도드라진다. 2002년 5집에서 윤상의 ‘달리기’가 한 역할을 이번엔 여행스케치의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가 한다. 원곡의 매력을 해치지 않는 적절한 변주가 영민하다.

‘그대로부터 세상 빛은 시작되고’는 의외의 매력을 던진다. SM 대표 프로듀서인 이수만이 1989년 발표한 곡의 리메이크. ‘나는 그대의 모든 것이요’의 고풍스러운 어투가 현대적인 편곡을 만나 이루는 각도가 예리하다.

 힙합 리듬과 재즈적인 화성을 결합하고 TLC, 재닛 잭슨을 연상시키는 미국적인 음악을 내세웠던 S.E.S.의 신작 크레딧에서 작곡가 유영진과 테디 라일리의 이름을 함께 보는 일은 드라마틱하다. 전 세계 수백 명의 작곡가 풀을 관리하는 데 이른 SM의 국제적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투아) 시스템이 첫발을 디딘 게 바로 S.E.S.(‘Dreams Come True’·1998년)를 통해서였기 때문이다. S.E.S.의 음반들은 SM의 음악적 욕심을 보여준 오래된 미래였다. 그 미래가 현재에도 유효하다.

♥♥♥♥(7.8/10)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ses#remember#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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