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실패한 감독, 그래도 전폭 지지한 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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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야구 팀은 요미우리지만 가장 열성 팬을 많이 보유한 팀은 한신입니다. 그 때문인지 일본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는 매년 ‘한신 팬 설문조사’라는 걸 합니다.

 지난해 말 실시한 이 조사에서 이변이라고 할 만한 결과가 하나 나왔습니다. ‘가네모토 도모아키 한신 감독(49)을 지지하느냐’는 항목에서 무려 74%의 팬들이 ‘그렇다’고 답한 것입니다.

 성공과 실패로 구분하자면 지난해 한신은 실패였습니다. 64승 3무 76패로 센트럴리그 6개 팀 가운데 4위에 그쳤습니다. 3위까지 진출하는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도 얻지 못했지요. 1위 히로시마와의 승차는 무려 24.5경기나 됐습니다. 하지만 설문에 응한 3649명 가운데 2698명이 여전히 가네모토 감독에 대해 변치 않는 신뢰를 표했습니다.

 지난해 제33대 한신 감독으로 취임한 가네모토 감독의 취임 일성은 ‘초변혁(超變革)’이었습니다. 이에 걸맞게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대거 주전으로 기용하며 팀 체질 개선에 앞장섰지요.

 신인 외야수 다카야마 슌(24)은 타율 0.275에 8홈런, 65타점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습니다. 입단 후 6년간 2군에만 머물던 하라구치 후미히토(25)는 4번 타자로 발탁됐고, 호조 후미야(23)는 유격수 자리를 꿰찼습니다. 직전 2년간 2승에 그쳤던 투수 이와사다 유타(28)는 일약 10승 투수로 발전했지요. 지지에 표를 던진 한 팬은 “가네모토 감독의 흔들림 없는 자세와 강한 태도에 감명받았다”고 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국 프로야구의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나요. 팀 체질 개선과 세대교체 하면 LG 양상문 감독이 빠질 수 없습니다. 지난해의 LG는 채은성, 이천웅, 양석환, 유강남, 임정우, 김지용 등 젊은 선수들의 팀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양 감독의 ‘개혁’은 시즌 중반 좌초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지요. 한창 성적이 좋지 않았던 7월 말 LG 팬들은 양 감독 퇴진 현수막을 펼쳐 들었습니다. 시즌 막판 분위기를 탄 끝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시즌 종료 후 유니폼을 벗을 수도 있었습니다.

 가네모토 감독을 지지한 또 다른 팬은 이런 말도 했습니다. “당장 올해 우승 안 해도 괜찮다. 3년 후 승리가 더 익숙한 팀이 되도록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가네모토 감독은 내년에 다시 한 번 자신의 야구를 펼칠 지원군을 얻은 셈입니다. 체질을 개선하고, 팀 컬러를 바꾸는 가장 큰 원동력은 이처럼 팬들의 믿음이 아닐까요.

 추신-재일교포 3세인 가네모토 감독은 일본을 대표하는 슈퍼스타 출신이긴 합니다. 1999년부터 2010년까지 1492경기 동안 한 번의 교체도 없이 전 경기에 출전한 ‘철인’으로 유명합니다. 지난해 같은 설문에서 그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무려 95%나 됐습니다. 그렇다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해에 74%의 지지를 받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신문은 74%라는 숫자 앞에 ‘경이(驚異)’란 수식어를 붙였습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한신#가네모토 도모아키#양상문#lg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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