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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신춘문예 2017]“절망의 끝에서… 文學이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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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신춘문예 2017]“절망의 끝에서… 文學이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김지영 기자 입력 2017-01-02 03:00수정 2017-01-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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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습작… 다섯 해의 도전… 수없는 좌절의 밤… 200 대 1 ‘좁은 문’ 뚫은 신예 작가 9인
작가라는 이름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쓴다는 것은 곧 산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이다. 왼쪽부터 이인혜(시나리오) 김홍(단편소설) 정진희(시조) 김기형(시) 김명진(희곡) 위수정(중편소설) 김세나(영화평론) 박소정(동화) 김녕 씨(문학평론).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낯선 전화번호였다. 전화를 받으니 질문이 들렸다. “‘9월생’과 ‘손의 에세이’ 등 쓰셨지요?”

 김기형 씨(35·시 부문)는 광고 전화인 줄 알았다. 생일이 9월인 그는 자신이 낸 시 작품들의 제목을 듣고도 ‘생일이 9월인 사람에게 이벤트가 있는 걸까’ 생각했다. “당선입니다”라는 얘기를 듣고서야 그는 ‘이게 당선 통보 전화구나’ 깨달았다. 꿈처럼 아득해졌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는 1805명이 응모했다. 이 중 9명이 당선자로 선정됐다. 새해 첫날을 열흘 앞둔 12월 23일 서울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 이들이 모였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당선자들은 “축하합니다”라는 기자의 인사에 긴장을 풀면서 밝게 웃었다.

 이날 함께한 신예 작가들은 당선 통보를 받은 ‘믿기지 않았던 순간’의 기억을 나눴다.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올해도 등단은 물 건너간 것 같다.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신세 한탄을 하던 김홍 씨(31·단편소설 부문)는 당선 통보 전화를 받고는 ‘집에 가다 갑자기 죽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귀가했다고 털어놨다. 오후 늦게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면서 점심 겸 저녁으로 뭘 먹을까 생각하다 당선 통보 전화를 받았다는 김세나 씨(32·영화평론)는 “결국 그날의 첫 끼니는 오후 11시가 됐다. 그때까지 이상하게도 배가 고프지 않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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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의 기쁨은 어느 때보다도 깊은 절망 뒤에 왔다. 김명진 씨(35·희곡 부문)는 2년간 신춘문예 낙방을 거듭하고 이후 5년 동안 ‘뭔가를 쓰고는 있는데 뭘 쓰는지 모르는’ 시간을 견뎠다. “이번에 당선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문학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그리고 홀가분해지겠다고 결심했어요. 저의 마지막 이별 통보가 효과를 발휘한 것 같습니다.”

 김기형 씨도 지난 5년간 신춘문예 원고를 보내려고 우체국에 갈 때마다 항상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이번에 응모할 때는 ‘더 이상은 못하겠다,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짧지 않은 시간 습작을 해 와서 쌓인 작품도 적지 않았지만 예전에 쓴 시도, 지금 쓰는 시도 낡았다는 생각에 무척 괴롭기도 했어요.” 새해에도 계속 도전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그는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새해를 시작하게 됐다. 자신이 써놓은 시조가 괜찮다 싶다가도 다시 보면 어이없어 보여 수없이 좌절했다는 정진희 씨(58·시조 부문)는 “내가 그랬듯 읽는 사람들을 절망에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작가의 꿈을 오랫동안 품어온 당선자가 적지 않다. 이인혜 씨(34·시나리오 부문)는 유년 시절 용돈을 모아 과자를 사먹는 대신 이야기책을 사던 어린이였다. “나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책을 읽고 품었던 꿈을 이루게 됐다. 박소정 씨(25·동화 부문)는 신춘문예 도전 첫해에 동화 부문에 당선됐지만 고교 때부터 습작을 해온 시인 지망생이었다. 동화를 쓰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지만 그의 발걸음은 동화의 길로 이끌렸다. “이상하게도 한국장학재단의 국가근로장학생을 지원할 때마다 어린이도서관으로 배정받았다. 어느 해인가는 초등학교에 배정받아선 학교의 돌봄교실에서 방학을 보내는 어린이들과 온종일 지내면서 함께 책을 읽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어린이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동화를 쓰게 됐다. 그는 올해 동아일보와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동시 당선됐다.

 “글은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나를 증명하는 일”(김세나)이라는 고백에서 헤아리듯 문자(文字)란 이들의 존재 이유다. 위수정 씨(40·중편소설 부문)는 “글을 쓸 때만이 무의미나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서 “내가 만든 세계를 독자에게 보여준다는 것, 그 세계의 어떤 작은 부분이라도 독자에게 닿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것, 그것이 설레고 기쁘다”고 말했다. 김녕 씨(28·문학평론)는 “글은 자기표현이고 거대한 대화의 참여가 아닐까”라면서 “사람은 누구나 수많은 대화에 수많은 방법으로 참여하면서 살아가는데 저의 경우엔 글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작가로 출발하는 신춘문예 당선자들의 글은 새해 첫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게 됐다.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물었다. “이런 시국에 혼자 방에 틀어박혀 소설을 쓰는 것이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쓰는 글이 작지만 어떤 읽을 만한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분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문학이 독자들의 마음에 살짝이라도 가 닿기를 바란다.”(위수정), “읽는 동안 세 번 정도 웃음지어 주시면 정말 기쁠 것 같다. 그리고 쌉싸래한 뒷맛 같은 게 남으면 더 좋겠다.”(김홍), “새로운 한 해의 시작에 시 한 편과 함께 희망을 품으셨으면 좋겠다. 희망이 오는 곳은 희망이 없는 곳, 희망이 나타나야 할 곳이라고 믿는다. 무엇보다 명랑하게 웃으시기를, 모두 그렇게 환해지시기를.”(김기형)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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