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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모녀의 간절한 소원은… 평양서 ‘이만갑’ 찍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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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모녀의 간절한 소원은… 평양서 ‘이만갑’ 찍는 것

정양환기자 입력 2016-12-01 03:00수정 2016-12-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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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 고정 패널 최송죽-이안니 씨

《“지난 주말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봤다 말입니다. 아이쿠, 북조선에서 (선전물로) 보던 싸움이 벌어지나보다 싶었디요. 그런데 거리에 애기들도 많고 다들 질서를 잘 지키는 겁니다. 솔직히 아직도 이런 게 낯설지만…. 다시 깨달았습니다. 아, 남조선은 그래도 이렇게 모여 할 말 할 수 있는 세상이구나.”》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최송죽 이안니 모녀. 올해 초 7년 만에 생사를 확인하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최근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 북한을 탈출해 올해 남한으로 넘어온 최송죽 씨(50)는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였다. 솔직하면서도 조리 있고 재치가 넘쳤다. 그리고 말이 끊임없었다. 먼저 이만갑에 출연한 딸 이안니 씨(27)가 “이러니 내 자리가 위태롭지”라며 짐짓 성난 척하는 것도 이해가 됐다. 최 씨는 9월 18일 추석특집에 초대됐다가 ‘말솜씨’로 화제를 모으며 고정패널이 됐다.

 “에이, 처음엔 싫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만갑 보며 다 거짓말이라 생각했습니다. 북조선 얘긴데 처음 듣는 게 너무 많더란 말입니다. 하도 딸이랑 제작진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졸라서…. 근데 (출연자들) 만나보고 알았습니다. 우린 여행을 못 하고 평생 살던 데만 살아서 모르는 게 많았던 겁니다. 평양도 오빠 죽었을 때 ‘전사증’(군용 사망확인서)받으러 이틀 가본 게 전부란 말입니다.”

 엄마의 말에 이 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첫 출연 때 양강도 골짜기에서 움막 짓고 살던 얘기하면 아무도 믿질 않더라고요. 인민들조차 서로의 삶을 모를 정도로 정보가 없습니다. 남조선에 끌려가면 ‘피 뽑고 장기까지 판다’는 말을 믿는 게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모녀는 출연을 떠나 이만갑을 너무나 사랑하는 팬이 됐다. 제작진이 하나같이 친절하고 예의 바르기 때문이었다. MC 남희석은 젠틀했고, 박은혜는 따뜻했다. 연예인 패널과 제작진도 마찬가지. 이 씨는 “출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개인사도 상담할 정도로 가족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남조선에서 제일 놀란 게 그겁니다. 내 이름에 ‘님’ 자를 붙이더란 말입니다. 우린 장군님한테만 허락되는 건데. 아, 날 사람으로 존대하는구나. 기분이 좋았지요. 근데 이 자릴 빌려서 박은혜 씨한테 해명할 게 있습니다. 처음에 ‘아지미’라 부르니 ‘아줌마’인 줄 알고 당황하는 겁니다. 우린 젊고 예쁜 여성을 ‘아지미’라고 부릅니다. 박은혜 씨가 결혼도 안 한 걸로 알았어요.”

 엄마와 딸은 이제 딱히 큰 욕심이 없다. 어미는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던 딸을 찾았다. 딸내미는 생지옥에서 고생하던 가족을 끝내 구해냈다. 뭘 더 바라겠나. 허나 둘은 4일 방송될 이만갑 5주년 특집을 찍으며 또 하나의 소원을 살며시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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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촬영은 기분이 묘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출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나도 모르게 ‘통일’이 떠오르더란 말입니다. 통일이 딴 게 있습니까. 어디든 맘대로 가고, 누구든 맘껏 만나고. 하루 빨리 당당하게 평양 가서 이만갑 찍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촬영 끝나면 아들딸 손잡고 고향에 갈 겁니다. 내 손으로 지어 올린 귀틀집에 가야죠. 온갖 일이 다 떠오르겠지만….”

 “엄마, 또 운다. 왜 자꾸 그래. 나까지 눈물 나게….”

 평양에서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 아, 그땐 ‘이제 만났습니다’로 바뀔는지도. 그렇게 만나러 가는 날은 햇빛이 쨍쨍하면 좋겠다. 서울도 평양도, 이만갑도.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이제 만나러 갑니다#최송죽#이안니#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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