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참가자에 불참자 월급 떼어주는 철도노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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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인력에 임금나누기 동의서 받아… 파업 장기화따른 경제적 손실 보전
해고자에게도 조합비 年 72억 지원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며 지난달 27일 시작한 철도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는 데에는 코레일 특유의 노조문화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업 참가자의 경제적 손실을 노조가 보전해주고, 파업에 불참하는 사람이 조직에서 소외되는 분위기가 파업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철도노조는 1988년 이후 이번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파업을 반복해 왔다.

 20일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이번 파업을 시작하기 전 조합원들에게 ‘임금 형평성 상호보전 기금납부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파업에 참가할 수 없는 필수유지인력(조합원 중 6378명)의 임금을 떼어 파업 참가자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파업 참가자는 20일 현재 7353명이다.

 약관에는 ‘투쟁 종료 시 조합 지침에 따라 임금 손실을 공평히 나누기 위한 임금형평성기금을 납부할 것을 동의한다’, ‘출금액은 파업으로 인한 결근일 1일에 각자의 기본급 2%를 곱해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25일간 파업할 경우 파업 참가자와 정상적으로 출근한 사람이 기본급을 50%씩 나눠 갖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 측은 “(동의서는) 철도 노동자의 단결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노조 대의원 회의에서 결정돼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참가자들의 눈치 때문에 동의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참여로 해고 등 징계를 받더라도 노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점 역시 파업의 동력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철도노조 조합비 가운데 72억 원이 노조 해고자 지원에 쓰였다. 하 의원은 “1인당 6000만 원 가까이가 지급됐는데 소득세와 증여세는 전혀 납부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파업 불참자나 중도 복귀자에 대한 강압적인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고속열차승무지부에서 ‘(파업 시) 시설과 대오를 사수하지 못했을 경우 자발적으로 타 소속으로 전출 가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조합원들에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파업 참가자가 만취 상태에서 사업장을 찾아 전동차 유리창을 깨거나, 노조 해고자들이 출퇴근 시간에 사업장에 상주하며 출근 중인 직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 의원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떠나라고 하는 것은 노조의 월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행위”라며 “정당한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로 보장받아야 하지만 철도노조의 사례는 법치국가에서 허용되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14일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각서는 1개 지부에서 발생한 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파업#철도#노조#월급#성과연봉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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