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몰린 트럼프 ‘위험한 승부수’… 지지층 결집해 역전 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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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TV토론서 대선불복 시사

 미국 대선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혔던 세 차례의 대선 후보 TV토론이 19일 끝나면서 이제 ‘세기의 대결’도 종점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판세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점차 압도하는 형국이다. 대부분 여론조사 결과 선거인단 싸움(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 확보하면 승리)에서 클린턴이 앞서고 있다. 하지만 막판 폭로전과 지지층별 투표율 등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속단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CNN “클린턴 최대 307명 선거인단 확보”

 CNN이 19일 토론 직전에 공개한 최신 선거인단 분석에 따르면 클린턴은 538명의 선거인단 중 최대 307명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다. 트럼프는 179명에 그쳤다. 경합주 선거인단은 52명까지 줄어들었다. 공화당의 서부 텃밭인 애리조나(11명) 유타(6명)가 경합주로 변했고 남부의 대표적 경합주인 플로리다(29명)가 클린턴 지지로 돌아섰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도 클린턴 쏠림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20일 오전 현재 클린턴은 260명, 트럼프는 170명을 얻고 있고 경합주는 108명이다. 클린턴이 매직넘버(270명)에 불과 10명 모자란 수치다. 특히 트럼프가 최근 우위를 점해 온 ‘대선 풍향계’인 오하이오(18명)도 트럼프 우위에서 경합주로 돌아선 것으로 이 매체는 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음담패설 동영상 폭로(7일)라는 치명타를 맞은 것에 비해서는 아직 버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심지어 “동영상 폭로가 트럼프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개인 e메일 스캔들 등에서 드러난 클린턴의 거짓말 시리즈에 대한 미 유권자들의 반감이 크고 ‘침묵하는 다수’로 불리는 백인 노동자 등 트럼프 지지층이 두껍다는 것이다.

○ 트럼프 대선 불복론 파장 만만찮아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19일 토론에서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남은 18일 대선 레이스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미 언론은 대선불복론이 미칠 영향에 대해 백가쟁명식의 관측을 내놓고 있다.

 클린턴에 우호적인 CNN, WP 등은 트럼프에 재앙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CNN 유명 앵커인 제이크 태퍼는 “트럼프가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3차 TV토론에서 처음에는 정책 현안을 잘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자폭했다”고 평가했다. WP는 “3차 토론에서 유권자들에게 남은 것은 오직 하나, 트럼프의 불복 발언”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동시에 트럼프가 지지율이 점차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막판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시키기 위해 정치적 도박을 감행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최근 CNN 등이 클린턴을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를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여기에 적지 않은 지지자들이 동조하고 있다. 선거 승복이라는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클린턴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지지층에 위기감을 불어넣어 투표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위험하지만 비즈니스맨다운 승부수를 던졌다”고 전했다.

○ 말실수, 20대 표심, 언론의 추가 폭로도 변수

 두 후보는 경합주를 중심으로 남은 기간 지지층에 어필할 수 있는 상대 후보의 의혹을 새로 발굴하거나 확산시키는 등 네거티브전에 총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불거질 말실수도 판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막말을 일삼아 온 트럼프보다는 우위를 점하는 클린턴이 조심해야 할 대목이다. 20대 젊은층 유권자들의 투표율도 관심사다. 민주당 경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이들이 투표장으로 향하면 클린턴에게, 투표를 포기하면 트럼프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이 밖에 트럼프의 음담패설 동영상을 폭로한 WP 등 주류 언론이나 연일 클린턴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위키리크스 등이 남은 기간에 꺼낼지도 모를 ‘결정타’도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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