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경계 투입 앞둔 군장병들 “홍대클럽에 온것 같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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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5도 순회 문화예술공연… 북한 코앞에 둔 우도공연 색달라
듀엣 인디밴드 감미로운 선율 맞춰… 장병들도 “좋아요” 박수 치며 열광

13일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서해 최북단 섬 우도에서 군 장병들이 2인조 어쿠스틱 인디밴드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13일 북한과 가장 가까운 서해 최북단 섬 우도에서 군 장병들이 2인조 어쿠스틱 인디밴드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지난달 초부터 한 달 넘게 펼쳐지고 있는 서해 5도 순회 문화예술공연 ‘신나는 예술여행’이 22일 백령도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으로 연극과 비보이 행위예술 뮤지컬 퓨전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가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 중인 서해 최북단의 여러 섬에서 차례로 이뤄지고 있다. 22일 공연까지 총 60회다. 이 중에서도 군인들만 거주하는 우도 공연은 더욱 색달랐다. 

 13일 찾은 인천 옹진군 연평면 우도는 섬 전체가 철책선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등과 함께 이뤄진 서해 5도 중 가장 작은 섬인 우도에 민간인이 들어가는 일 자체가 드물다. 이 섬은 직선거리 10km 이내에 함박도 등 북한 섬 4개가 몰려 있다. 북한 해안포 사거리에 노출된 최전방이다. 물이 빠지는 썰물 때 드러난 갯벌을 따라 북녘 땅까지 걸어갈 수 있을 정도다.

 이날 우도에서 근무 중인 군 장병들은 잠시나마 긴장감을 풀 수 있었다. 해군과 해병대원들이 야간경계를 서기 위해 저녁식사를 먹기 직전 1시간여 동안 서울 홍익대 주변 클럽에서 활동 중인 어쿠스틱 듀엣 인디밴드(‘신길역 로망스’)의 감미로운 음악이 연주됐다. 임시 공연장으로 꾸며진 해병대 실내 체력단련장의 150m² 남짓한 공간엔 장병들로 가득 찼다.

 우도경비대에 소속된 해병대와 해군 대원 중 주간 경비조를 뺀 대부분이 공연장으로 모여들었다. 연평도에서 군 고속정을 타고 온 공연팀은 도착 즉시 스피커를 설치한 뒤 ‘신나는 예술여행’을 시작했다.

 기타와 멜로디언을 든 남녀 인디가수 2명은 자신들의 보사노바풍 신곡과 인기가수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노래 등 10여 곡을 선보였다. 긍정적인 삶을 노래하는 후렴구에서는 장병들도 박수를 치며 ‘좋아, 좋아’라는 소절을 신나게 따라 불렀다. 지난해 12월 입대한 최모 일병은 “음악 감상을 하는 느낌으로 공연을 즐기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김모 중대장은 “장병들의 공연 기대감이 커 일주일 전부터 듀엣 가수의 음악 영상을 휴대전화로 내려 받아 보여줬다”고 전했다.

 공연이 끝났지만 이날 밤과 다음 날 아침식사 때도 식당에선 인터넷 음악방송을 통해 ‘신길역 로망스’의 메들리 노래가 계속 흘러나왔다. 한 병사는 “나도 서울 신길동에 살다 군에 들어왔다. 전날 근무라 공연을 보지 못했는데 다음에 홍익대 클럽으로 관람하러 가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1박 2일의 우도 공연에 나섰던 여가수 김솔아 씨(23)는 “많은 장병이 북방한계선(NLL)과 북한 포병진지를 예의주시하면서도 따스한 감성을 가슴에 품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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