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키워드는 혁신… 작지만 빠른 물고기가 승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슈바프 세계경제포럼 회장 내한강연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대법원에서 열린 2016 국제법률 심포지엄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사법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scoopjyh@donga.com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대법원에서 열린 2016 국제법률 심포지엄에서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사법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scoopjyh@donga.com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본이 아닌 ‘혁신을 가진 국가’와 ‘혁신을 가진 기업’이 우위를 차지할 겁니다. 혁신을 위해서는 여성과 다문화가정 출신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가 필요합니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78)은 18일 서울 서초구 효령로 한전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제4차 산업혁명 이후의 미래’라는 주제 강연에서 “한국은 양성평등 및 이민 정책에 대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증기기관, 전기, 컴퓨터와 같은 단순한 발명이 아니라 로봇과 인공지능(AI)이 결합하듯 여러 업계의 혁신이 상호 연결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대기업들에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순응하기 위해서 ‘빠른 속도’와 ‘경량화’를 갖추라고 주문했다. 그는 “빨리 움직이는 물고기가 느리게 움직이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한국 대기업들은 조직을 재정비해 자이언트(거인)가 되는 것을 막고 규모가 작더라도 빨리 움직이는 물고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규제가 4차 산업혁명의 물꼬를 막을 수도 있는 만큼 제도 정비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슈바프 회장은 “미국의 경우 제재가 많지 않아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을 많이 개발할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는 규제가 하나의 장애 요소가 되고 있는 만큼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규제들을 잘 정비해 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기술을 보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간에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앞으로 고도의 기술과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고용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은행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직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들을 잘 돌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슈바프 회장은 “우리는 주변에 놓인 기회와 리스크 중 리스크에 더 많은 우려를 하며 방어적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회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눈사태나 지진해일(쓰나미)처럼 빠른 속도로 도래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의 소비 행동, 사고방식 모두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4차 산업혁명은 초기 단계인 만큼 포용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사법 체계 변화와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서 조언했다. 그는 “엄청난 속도로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 대해 정부와 의회, 법원 등이 협업을 통해 대비해야 한다”며 “스위스에서는 우버 택시 때문에 교통 체계가 바뀌고 새로운 법적 문제가 대두돼 지난주 우버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이 제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내 정당 정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남겼다. 슈바프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유럽이나 미국에선 기존에 있던 좌파와 우파의 간극 등은 줄고 있지만 옛것을 지키려는 정당과 새로운 변화에 문을 열고자 하는 정당의 간극이 새롭게 나타나는 추세”라며 “한국에선 이처럼 적응할 건가, 방어할 건가 식의 분리가 나타나질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슈바프 회장은 프리부르대에서 경제학 박사, 스위스 연방공과대에서 공학 박사, 하버드대 케네디 공공 정책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1년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민관 협력을 위한 국제민간단체 세계경제포럼(WEF)을 창립했다.
 
신무경 fighter@donga.com·신진우·권오혁 기자
#슈바프#세계경제포럼 회장#국제법률심포지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