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해로 국경시설 파괴 “당국, 대량 탈북 우려 보위부 검열단 급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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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9월 26일 0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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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북한이 수해가 난 국경 지역에 주민들의 대량 탈북을 우려해 국가안전보위부(이하 보위부) 검열단을 급파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6일 보도했다.

RFA는 이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국경경비대 초소와 철조망 등 국경통제시설이 파괴돼 주민들의 탈북이 용이해졌다”며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대량 탈북이 우려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이어 “보위부 검열단이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국경 근처에 얼씬도 말라며 살벌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FA에 따르면, 소식통들은 당국의 보위부 검열단 급파를 두고 “수해를 입은 주민들의 고통을 헤아리기보다는 체제수호를 위해 국경부터 틀어막는 비열한 처사”라면서 김정은을 향한 주민들의 분노를 강조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22일 RFA에 “보위부가 지난 18일 중앙당(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국경 모든 지역에 검열단을 파견해 국경 모든 지역에서 검열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가뜩이나 수해로 곤경에 처한 지역에 보위부 검열까지 들이닥쳐 민심이 더욱 흉흉하다”며 “수많은 사망자와 이재민이 발생해 슬픔에 잠긴 주민들을 위로는 못할망정 검열단을 파견해 주민들을 위협하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어 “중앙급 보위부는 도내 보안서나 도 보위부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최고의 사법기관”이라며 “현재 국경에 급파된 보위부가 지역의 보안, 보위부를 제치고 국경 통제권을 전반적으로 장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위부는 탈북자 단속뿐 아니라 불법 손전화(휴대전화) 사용과 남조선 영화, 드라마를 저장한 CD까지 조사하고 있다”며 “불법 손전화 단속을 집중적으로 펼치는 것은 내부정보의 유출과 혹시 있을지 모를 대량탈북을 방지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도 “양강도를 비롯한 국경의 전 지역에 보위부 검열단이 내려와 거미줄 작전을 펼치고 있다”면서 “벌써 여러 세대가 보위부 단속에 걸려 체포되면서 주위가 온통 얼어붙은 분위기”라고 말했다고 RFA는 전했다.

그는 “보위부가 들이닥쳐 집집이 가택수색을 벌이고 있다”면서 “일부 세대는 불법으로 손전화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텔레비전과 전자제품을 몰수당하고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법 손전화 사용은 대부분 남한과 연계되기 때문에 정치범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당국은 이달 초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함경북도 지역에 수해가 발생하면서 138명이 사망, 400여 명이 실종됐고 이재민은 6만9000여 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유엔 기구는 이번 수해가 50∼60년 사이 최악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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