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전 김두관 사태땐 한나라가 힘자랑… 이듬해 총선 참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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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에서 대치로]‘해임건의안 정국’ 2003년 판박이

담담한 김재수 장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미소를 지은 채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담담한 김재수 장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6년 장차관 워크숍에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미소를 지은 채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김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다수의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오만과 독선이자 의회 폭거다.”(2003년 9월 3일·민주당 성명)

 “국회가 더불어민주당의 야만적 폭거로 짓밟혔다. 더민주당과 정세균 국회의장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날치기 처리해 국회를 뒤흔드는 만행을 자행했다.”(2016년 9월 24일·새누리당 성명)

 25일 국회를 강타한 ‘해임건의안 정국’의 양상은 2003년과 판박이로 흘러가고 있다. 여야가 공수(攻守) 위치를 바꿔 13년 전과 똑같은 갈등을 벌이는 양상이다.

○ 2016년 ‘김재수’와 2003년 ‘김두관’의 데자뷔

 2003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학생들의 집회 시위를 막지 못했다”며 김두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였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인 민주당(현 더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해임건의안은 가결됐다. 표결에는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참여했다. 당시 의사봉은 한나라당 출신인 박관용 의장이 잡고 있었다. 24일 새벽, 새누리당의 퇴장 속에 더민주당 출신인 정 의장이 사회를 보고 야당 주도로 김재수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킨 상황과 닮았다.

 청와대 반응도 유사하다. 2003년 당시 청와대는 “해임건의를 수용하면 앞으로 어느 장관이 일할 수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도 이날 “임명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장관에게 직무 능력과 무관하게 해임을 건의했다”며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3년 만에 재연된 청와대와 거야(巨野) 사이의 해임건의안 갈등은 여소야대 정국의 주도권 싸움 때문이다. 2003년 당시 노무현 정부는 해임건의안을 수용하면 임기 첫해부터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내주게 될 것을 우려했다. 지금의 청와대 역시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면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이듬해 펼쳐질 선거도 영향을 미쳤다. 2003년 당시 여야 갈등은 2004년 17대 총선의 전초전 성격이었다. 야권 관계자는 “이번에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을 지키려는 새누리당과 되찾아오려는 더민주당이 물러설 수 없는 대치 국면을 형성한 것”이라고 했다.

 2003년 해임건의안 정국은 김두관 장관이 해임건의안 가결 13일 만에 사표를 내면서 일단락됐다. 한나라당은 이듬해 대통령 탄핵을 관철시켰지만 결국 17대 총선에서 여당(열린우리당)에 과반 의석을 내주고 패배했다.

○ 장관 해임건의안 사유는 달라

 새누리당은 야당이 주장하는 김재수 장관의 해임 사유 상당수가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2001년 김 장관이 경기 용인시의 분양가 5억7000만 원짜리 빌라를 4억6000만 원에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해당 빌라는 2년간 분양이 안 돼 분양사가 30% 할인해서 팔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장관이 용인의 한 아파트를 1억9000만 원에 7년 동안 전세금을 올려주지 않고 살았다는 의혹도 “집주인이 7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근저당이 설정돼 전세금을 더 받으면 ‘깡통전세’가 되는 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3년 전 해임건의안 당사자였던 김두관 현 더민주당 의원은 “부당하다 해도 (해임건의를) 수용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당시 사의를 표하자 (노무현) 대통령께서 ‘부당한 결의에 대해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화를 내셨다”며 “하지만 다수당의 결의를 대통령이 받지 않으면 의회 권력을 차지한 야당과, 행정 권력을 차지한 청와대의 갈등이 계속 생기기 때문에 사표를 수리해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또 “(박 대통령은) 특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라기보다는 청와대의 국정 기조에 대한 경고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더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노무현재단 대전세종충남지역위원회 출범 5주년 기념산행’에서 “대통령이 국회 의견이나 야당 의견 또는 반대하는 국민들의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반면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2003년 김두관 장관은 현직 장관으로서 한 일들이 국민과 국회의 의견에 반해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것”이라며 “김재수 장관이 (재임 중에) 한 가지라도 ‘이것 때문에 장관을 못 할 사람이다’라는 것이 있다면 (야당은) 내놓으라”고 반박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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