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삼각대 대신 점멸등 설치도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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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주재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

자영업자 김모 씨(56)는 올해 초 고속도로에서 아찔한 사고를 당할 뻔했다. 문제는 차량이 고장으로 멈추면서 시작됐다. 차에서 내려 100m 뒤에다 트렁크에서 꺼낸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려는 순간 뒤편에서 다른 차가 맹렬한 속도로 다가왔다. 서둘러 갓길로 몸을 피했고, 달려오던 차가 급정거를 해 사고는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김 씨는 “규정대로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다가 오히려 2차 사고를 당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처럼 1차 사고 후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사고는 연간 500여 건에 이른다.

정부는 3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인천 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에서 ‘제7차 규제개혁 현장점검회의’를 열고 2차 사고를 유발하는 안전삼각대 설치 규정 등 다양한 규제의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현행 규정은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고장이나 사고가 났을 때 ‘주간은 100m 이상, 야간은 200m 이상’ 거리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거리 규정이 2차 사고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대체품의 개발을 막아 관련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해외 선진국들처럼 아예 삼각대 설치에 대한 거리 규정을 없애거나 짧게 축소하기로 했다. 또 안전삼각대 이외의 다양한 경고장치(트렁크를 열면 깜박이는 자동점멸등 등)도 후방 200m 거리에서 다른 운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면 사용을 허용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선 이 밖에도 다양한 규제에 대한 개선 방안이 마련됐다. 우선 국가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의 참여 문턱이 낮아진다. 지금까지는 100억 원 이상 국가공사에 응찰하는 업체가 적격심사의 경영상태 평가에서 만점을 받으려면 기업신용평가 등급이 A+ 이상이어야 했다. 그렇다 보니 중소기업들은 사실상 입찰에 참여하기조차 불가능했다. 앞으로는 전문건설·전기·통신공사 업체 등에 대해선 경영상태 평가 만점 기준이 BBB―로 완화된다.

크루즈 선박의 관광상륙허가 기준도 크게 완화된다. 지금까지는 크루즈 선박이 관광상륙허가를 받기 위해선 3개국 이상 기항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1∼6월)에 해당 요건을 삭제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크루즈 선박 기항 및 외국인 관광객에 대한 입국 편의를 높여 관광산업과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수출산업 지원을 위해 보세공장제도에 대한 규제도 40년 만에 대폭 손질한다. 보세공장제도란 외국산 수입재료로 수출상품을 만드는 회사에 수입재료에 붙는 세금을 면제해 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 수출품 제조에 필수적인 물품은 모두 원재료로 인정하기로 했다. 또 해양플랜트·조선업체들의 경우 발주처의 인수 연기 가능성 등을 감안해 수입 원재료를 보세공장 이외에서 임시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 주기로 했다. 관세청은 “이번 보세공장 규제 혁신으로 1조666억 원의 경제효과와 2690명의 고용창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안전삼각대#점멸등#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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