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公職 통해 사익 챙긴 장관후보자들, 그것이 ‘부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일 00시 00분


코멘트
어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김앤장 변호사인 조 후보자 남편의 사건 수임이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조 후보자가 18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던 2008∼2010년 그의 남편이 수임한 사건 34건 가운데 26건이 정무위 소관 기관인 공정위를 상대로 한 소송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은 심의대상 안건이나 국정감사, 국정조사 사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는 경우 사전에 소명하고 관련 활동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국회 윤리실천규범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조 후보자는 “남편의 사건 관련 자료를 받았다거나 한 적은 추호도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의원은 공정위를 감사하고, 배우자는 그 공정위에 소송을 내는 변호사인 것을 공정하다고 인정할 국민은 많지 않다. 소송을 낸 기업들은 조 후보자를 의식해 그의 남편에게 일감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 공직자윤리법의 이해충돌방지규정 위반 소지도 있다.

오늘 청문회를 갖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는 농림부 농산물유통국장 시절인 2001년 식품 대기업인 CJ그룹 계열사 CJ건설이 지은 223m²(약 67평) 빌라를 분양가보다 2억1000만 원 적은 4억6000만 원에 매입해 5년 뒤 8억3000만 원에 팔았다. 3억7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이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경기 용인의 93평 아파트에 전세로 살면서 농협에서 파격적인 저리 대출을 받은 일도 있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농식품 회사와 관련된 부동산 일만 했으니 부동산부 장관을 해야 한다”고 비판할 정도다.

과거 정권에서 ‘청문회 5종 세트’로 거론된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병역 기피, 논문 표절, 위장 전입은 장관 후보자들의 ‘민간인 시절’ 또는 산업화 시절에 관행처럼 저질러진 비리였다. 조, 김 후보자는 공직에 있으면서 바로 그 자리를 이용해 사익(私益)을 챙겼다는 점에서 국민을 분노시킨다. 두 사람은 불법은 없었고 일부는 과장됐다고 항변하지만 그게 바로 국민 눈높이와는 한참 동떨어진 ‘그들만의 인식’이다. “한국 고위층이 성취는 했지만 그 성취에 부합하는 도덕성과 희생정신이 없다”는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의 지적대로다.

공직자의 직무 관련 사익 추구행위가 한마디로 하면 ‘부패’이고 ‘도둑정치(Kleptocracy)’다. 우리나라만 존재하는 전관예우 역시 도둑정치에 속한다.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두 후보자의 이력을 청와대 인사검증은 걸러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낙점한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한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철성 경찰청장처럼 박 대통령은 그대로 임명할 것이 분명하다. 청문회는 이제 요식행위가 됐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