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정권 바뀌면 물러나는게 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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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 간담회서 사퇴거론 논란
‘임기 만료전 정년’ 해명하다 언급… 일각 “청장이 정치중립 훼손” 비판

이철성 신임 경찰청장(사진)이 박근혜 정부 임기에 맞춰 청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청장은 2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청장 자리는) 정부가 바뀌면 내려놓고 가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청장의 임기는 차기 정부 출범 후 약 6개월 뒤인 2018년 8월까지다.

이 청장의 발언은 자신의 정년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경찰 정년을 만 60세로 정한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1958년 6월 21일생인 이 청장은 2년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18년 6월 그만둬야 한다. 이 청장은 “(정년에 상관없이 임기를 마치려면) 경찰공무원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만약 바뀌더라도 다음 청장부터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청장의 ‘사퇴 예고’ 발언은 어차피 정년 때문에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데다 정권교체 때마다 남은 임기에 상관없이 주요 권력기관장이 바뀌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찰청장이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과 조직의 위상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취임 6일 만에 자진사퇴를 거론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청장 임기제는 2004년 도입됐으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는 이택순, 강신명 전 청장 2명뿐이다.

이 청장은 음주운전 전력(前歷)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 없이 제가 잘못했다. 국민 여러분께, 경찰 동료 전체에게 마음의 빚을 갚는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고개 숙였다. 이 청장은 또 ‘국민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을 비전으로 △주민을 안전하게 △사회를 정의롭게 △현장을 활력 있게 등 3가지를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내부 핵심 과제로는 현장 치안력 강화, 조직문화·감찰·성과평가·인사제도 개선 등을 들었다. 이 청장은 “재산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라는 경찰 본연의 업무를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같이 정했다”고 설명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철성#경찰청장#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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