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정석은 苦學의 산물… 당돌한 젊은 용기로 책 펴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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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50년 맞은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6월 20일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앞줄 가운데)이 강원 귀래중학교를 찾아 ‘꿈이 있는 자에게는 미래가 있다’는 주제로 진로 특강을 한 뒤 학생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성지출판 제공
6월 20일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앞줄 가운데)이 강원 귀래중학교를 찾아 ‘꿈이 있는 자에게는 미래가 있다’는 주제로 진로 특강을 한 뒤 학생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성지출판 제공
한국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 할아버지 할머니에 이어 손자 손녀도 보는 책…. 수학 참고서 ‘수학의 정석’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1966년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수학의 정석이 31일로 출판 50주년을 맞는다. 교육과정과 입시제도가 수없이 바뀐 가운데 참고서가 출판 반세기를 맞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수학의 정석은 지금까지 4600만여 권 팔렸다. 평균 두께 3cm인 책을 쌓아올리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 156개 높이다. 출간 첫해 3만5000여 권이 팔렸고 1980, 90년대 초에는 한 해 150만∼180만 권씩 나갔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7월부터 이달 28일까지 ‘일하는 해 1966’ 특별전시에 수학의 정석 초판본을 소개하기도 했다.

수학의 정석은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79)이 26세(1963년)에 집필을 시작해 29세에 펴냈다. 당시 서울대 수학과 학생이던 홍 이사장은 등록금과 책값, 하숙비를 마련하려 과외와 학원 강의를 했다. 그런데 강의에 참고할 만한 수학 참고서가 별로 없었다.

이에 서울 광화문 일대의 외국서적 판매점을 뒤져 각종 수학 관련 자료를 수집한 뒤 문제를 만들었다. 이 자료를 그냥 묵히기 아깝다고 생각한 홍 이사장은 참고서를 쓰기로 결심했다. 홍 이사장은 “젊었기에 당돌했고 혼신의 힘을 쏟을 수 있었다”며 “그때 서두르지 않았다면 영원히 책을 못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50주년을 시끌벅적하게 맞기 싫다고 누누이 이야기한 홍 이사장은 올해 5, 6월 오지의 소규모 사립학교 7곳을 찾아다녔다. 굳이 사립학교를 찾아간 건 ‘소년 홍성대’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서였다. 홍 이사장은 “고향 전북 정읍시 태인면에 사립학교(태인중)가 생긴 덕분에 공부할 수 있었다”며 “그게 아니었다면 멀리 전주나 익산으로 유학을 가야 하는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중학교 문턱도 못 밟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귀래중을 찾아간 홍 이사장은 “나도 너희처럼 시골 중학교를 다녔지만 꿈을 갖고 있었기에 공부했고 오늘의 내가 됐다”고 말했다. △문제를 눈으로만 읽지 말고 직접 써봐라 △풀이는 가리고 자기 힘으로 풀어라 △복습보다 예습 중심으로 공부하라 등 수학을 잘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도 알려줬다. 희망의 문구와 사인이 적힌 수학의 정석을 한 권씩 나눠주고 한 학생에게는 고교 3년 장학금도 줬다.

얼마 전 이 학교 1학년 한 학생은 홍 이사장에게 보낸 편지에 “엄마 아빠가 ‘그 유명한 분이 어떻게 너희 학교를 오셨느냐. 나도 그 책으로 공부했다’고 해서 자랑스러웠어요. 이번에 받은 책으로 고1이 된 언니와 열심히 공부할게요”라고 적었다. 어렵게 공부한 홍 이사장은 숨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수학의 정석 수익금으로 1981년 자율형사립고 상산고를 세운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개정판이 나온 수학의 정석은 내년에 큰 변화를 맞는다.

2001년도 개정판부터 홍 이사장의 딸과 사위(모두 서울대 수학과 졸업)가 개정 작업을 도왔지만, 내년에 출판되는 개정판엔 새로운 필진 두 명이 참여한 것. 이들도 물론 학창 시절 수학의 정석으로 공부했다. 홍 이사장은 “수학의 정석이 국민 참고서가 됐는데 국민 중 유명한 필진이 좋은 책을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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