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영화, 무더위에 질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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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 성수기 개봉작 전무… ‘여고괴담’ 이후 18년만에 첫 사례

국내 공포영화 하락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올여름 개봉한 유일한 국내 공포영화인 ‘무서운 이야기 3’(위). ‘여고괴담’(아래쪽)이 공포 장르를 정
착시킨 뒤 ‘장화, 홍련’(가운데) 등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나왔지만 그 후 줄곧 침체기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동아일보DB
국내 공포영화 하락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올여름 개봉한 유일한 국내 공포영화인 ‘무서운 이야기 3’(위). ‘여고괴담’(아래쪽)이 공포 장르를 정 착시킨 뒤 ‘장화, 홍련’(가운데) 등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나왔지만 그 후 줄곧 침체기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동아일보DB
올여름 한국 공포영화는 말 그대로 ‘전멸’에 가깝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여름(6∼8월)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는 ‘무서운 이야기 3: 화성에서 온 소녀’(6월 1일 개봉) 단 한 편. 그마저도 9만7787명이 들어 관객 10만 명도 채우지 못했다. 보통 여름은 ‘공포영화 성수기’로 분류돼 왔지만 올해는 ‘무서운…’을 끝으로 한여름인 7, 8월에는 단 한 편도 개봉하지 않았다. 이는 ‘여고괴담’(1998년)으로 국내에서 공포 장르가 자리 잡은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 여름 공포영화 주춤, 왜?

1998년 학원 공포물 ‘여고괴담’이 개봉하고,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2003년)이 314만 관객을 모으며 정점을 찍은 뒤 국내 공포영화는 줄곧 하락세였다. 그래도 매해 공포영화는 꾸준히 여름 시장에 나왔다. 지난해만 해도 배우 김성균, 유선 주연의 ‘퇴마: 무녀굴’이나 류승룡, 천우희 주연의 ‘손님’이 관객들을 만났다. 하지만 올여름에는 유독 국내 공포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임성규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은 “공포영화는 ‘대박’이 나봐야 200만 관객 수준이고 통상적으로 70만∼80만 관객이 든다”며 “그런 여건에서 유명 배우나 특수효과 등을 제대로 쓰기 힘든 만큼 비수기로 비켜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쏟아지는 한여름을 피해 봄 같은 비수기에 개봉하는 전략을 택한다는 것.

‘여름엔 공포영화’라는 공식이 깨진 것은 국내 장르영화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장르물인 공포영화가 한국의 영화산업 구조 탓에 대형 영화 틈새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새로운 시도와 신인 감독, 배우를 발견하는 장이 돼온 공포영화가 주춤한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 ‘공포+α’는 인기


그렇다고 국내 관객들의 공포물에 대한 수요가 없다고는 볼 수 없다. 퇴마를 소재로 한 ‘검은 사제들’(2015년)과 올해 ‘곡성’ ‘부산행’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이들 영화는 순수 공포물이 아니다. ‘공포’라는 소재를 이용했지만 각각의 장르는 ‘미스터리+스릴러’(검은 사제들), ‘미스터리+스릴러+드라마’(곡성), ‘액션+스릴러’(부산행)로 분류됐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 속편만 내놓거나 같은 패턴의 작품을 계속 내놓으며 ‘국내 공포영화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영화계가 자초한 면도 있다”며 “그래서 새 영화가 공포를 소재로 하면서도 ‘안 되는 장르’인 공포영화로 분류되기를 꺼리는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에서 외국 제작사와 손잡고 한국 공포영화의 ‘부활’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쇼박스는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블룸하우스’와 제휴를 맺었다. 최근하 쇼박스 홍보팀장은 “공포영화는 10, 20대 관객들이 좋아하는 분야라 수요가 분명히 있다”며 “참신한 아이디어로 ‘저비용 고효율’을 내는 미국 스튜디오의 공포물 제작 노하우를 전수받아 새로운 공포영화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한국 공포영화#전멸#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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