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 동생 꼭 껴안아 살리고… 언니의 ‘마지막 선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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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지진 9세 소녀 ‘눈물의 장례식’
방학 맞아 외갓집 왔다 지진 덮쳐… 잔해더미속 동생 끝까지 보호

“처음부터 서로 안고 잤거나, 지진에 너무 놀라 갑자기 껴안았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줄리아가 조르자를 꼭 껴안았기 때문에 조르자가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자매를 처음 발견한 소방관 마시모 카이코)

리히터 규모 6.2의 지진으로 폐허가 된 이탈리아 페스카라델트론토의 한 마을에서 동생 조르자(4)를 잔해 더미로부터 보호하고 자신은 죽음을 맞이한 줄리아 리날도 양(9)의 이야기가 이탈리아를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수도 로마에 사는 자매는 여름방학을 맞아 부모와 함께 외갓집을 방문했다가 변을 당했다.

27일 A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구조대가 지진 발생 약 16시간 뒤인 24일 오후 6시 반경 자매를 처음 발견했을 때 줄리아는 이미 숨져 있었다. 하지만 줄리아는 동생 조르자를 보호하는 자세로 껴안고 있었다. 조르자는 언니의 몸 아래에 웅크리고 있었던 덕분에 무너져 내리는 건축자재를 피했다. 또 언니의 몸이 공간을 만들어줘 잔해 더미에 완전히 묻히지 않아 숨도 쉴 수 있었다.

자매의 이야기는 27일 마르케 주 아스콜리 피체노에서 열린 이 지역 희생자 35명의 합동 장례식 미사를 집전한 조반니 데르콜레 주교와 구조대원들이 언론에 전하면서 알려졌다. 언니의 장례식이 치러진 날은 동생 조르자의 네 번째 생일이었다.

장례식에 참석했던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조르자가 있는 병원을 찾아 인형을 생일 선물로 주고 위로했다. 하지만 조르자는 사고 충격으로 말을 못 하고 있고, 자주 울면서 엄마만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매의 부모는 지진으로 부상을 입었고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장례식장을 찾아 줄리아에게 작별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합동 장례식에서는 ‘안드레아’라고 밝힌 한 구조대원이 줄리아의 관에 올려놓은 편지가 잔잔한 감동을 줬다. “나는 잔해 더미 속에서 너를 꺼내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우리가 너무 늦게 온 것을 용서해다오. 너는 나를 알지 못했어도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

영국 가디언은 일부 희생자와 지역 주민들이 이탈리아 정부가 주관하는 합동 장례식을 거부하는 등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 부족으로 체계적인 지진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늑장 구조로 희생자와 피해 규모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이탈리아#지진#자매#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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