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영호 평양복귀에 불안감 내비쳐… 10여년전 만났을 때와 전혀 달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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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린 초대 駐북한 英대사 인터뷰

데이비드 슬린 초대 주북한 영국대사(오른쪽)가 2000년대 초 평양에 있던 시절 최수현 외무성 부상과 함께 외교 행사에서 건배하고
 있다. 이때부터 슬린 전 대사는 당시 유럽을 담당한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와 친하게 지냈다. 데이비드 슬린 제공
데이비드 슬린 초대 주북한 영국대사(오른쪽)가 2000년대 초 평양에 있던 시절 최수현 외무성 부상과 함께 외교 행사에서 건배하고 있다. 이때부터 슬린 전 대사는 당시 유럽을 담당한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와 친하게 지냈다. 데이비드 슬린 제공
“10여 년 전 평양에서 만났을 때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데이비드 슬린 초대 주북한 영국대사(57)는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를 단둘이서 만났을 때를 이렇게 회상했다. 주북한 영국대사 재임 시절(2002∼2005년)인 2003년 평양에서 친해진 두 사람은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는 사이였다.

캐나다 오타와대 국제정치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인 슬린 전 대사는 2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해 11월 ‘커피 한잔하자’고 e메일을 보냈더니 태 공사가 흔쾌히 수락했다”며 “북한과 영국의 상황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태 공사는 예의 바른 전형적인 외교관이지만 북한 체제에 대해서는 맹목적이었고 영국에 대해선 비난만 했었다. 이번에 만나 보니 영국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특히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영국 교육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다고 칭찬했다.”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는 “아직 들어선 지 4년밖에 안 됐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역시 그동안 맹목적인 옹호와는 달라진 대목이다. 이 때문에 슬린 전 대사는 “망명 동기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북한 체제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의심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태 공사를 만났을 때가 망명 9개월 전인데도 그는 올여름 본국 복귀 후 생활에 대한 불안함도 내비쳤다고 한다. 슬린 전 대사가 “내년에 복귀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걱정하자 태 공사가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건 부서에서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태 공사의 망명 이후에 대해 슬린 전 대사는 “현학봉 주영 북한대사의 소환처럼 북한 외교관들에게 더 큰 억압과 제약이 가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 중요한 건 북한 엘리트들의 동요다. “북한 외교관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할 거다. ‘태 공사의 망명은 무슨 의미인가’, ‘왜 북한 외교관들은 계속 떠나는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체제에 대한 충성심과 도덕적 우월성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슬린 전 대사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양 선진 체제에 눈을 뜬 태 공사 같은 이를 많이 양성해 북한 시민 스스로 북한 체제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 북핵 해법이라고 제시했다.

#슬린#주북한#영국대사#태영호#평양복귀#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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