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국가대표 용품의 불편한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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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라켓 등 일괄사용 조건 후원금… 주니어 육성-국제대회 경비로 사용
日선 경기력 등 감안 선수 개별계약, 내년 2월 새로운 계약… 귀추 주목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 배드민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마쓰토모 미사키는 미국 업체 윌슨의 라켓을 쓰고 있다. 일본배드민턴협회의 공식 후원사는 일본 요넥스지만 라켓과 운동화에 대해서는 협회가 선수들의 개별 계약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대표팀 박주봉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용품은 개별 선택을 할 수 있게 했다. 선수들은 용품 계약으로 수입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마쓰토모가 만약 한국 대표팀 선수였다면 이런 선택은 할 수 없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의류, 라켓, 신발 등 모든 용품을 특정 업체의 제품만 쓰도록 계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1980년대 초반부터 줄곧 요넥스와 후원 계약을 맺어 오다 8년 전부터 대만 업체 빅터와 스폰서 계약을 했다. 용품 계약을 통해 대한배드민턴협회는 100억 원이 넘는 적립금을 쌓아 재정 자립도를 높였다.

하지만 대표팀 일부 선수 사이에서는 제품 선택의 자유를 봉쇄한 데 대한 불만이 늘 존재했다. 제품마다 특성 및 성능이 다르기 때문에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특징에 따라 원하는 제품이 다르다. 한 지도자는 “원하는 제품을 쓸 수 없어 심리적인 위축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용대를 비롯한 대표팀 간판스타들이 리우 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히게 된 이유와 용품 사용 문제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용대가 진작 개별 계약을 했더라면 대박을 터뜨렸을 수도 있었다.

용품 일체를 대만 브랜드가 아닌 요넥스와 계약한 대만은 향후 일부 용품에 대해 선수들의 개별 계약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표팀은 자국 브랜드 리닝의 후원을 받고 있는데 간판스타 린단에게는 브랜드가 노출되지 않는 조건으로 별도 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내년 2월 새로운 용품 계약을 앞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용품 일괄 계약을 통해 조성된 수입은 열악한 환경의 주니어 및 국가대표 상비군 육성과 국제대회 출전 경비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정 선수를 위해 용품 계약을 풀어 줄 경우 스폰서 금액이 60∼70%까지 줄어들게 된다. 어려운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용품 계약을 풀어 주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리우 올림픽#배드민턴#배드민턴 국가대표 용품#대한배드민턴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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