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SLBM에 ‘핵 인질’로 잡힐 때까지 軍은 뭘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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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4일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이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발사한 SLBM은 500km를 비행해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80km 정도 침범한 해상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고각으로 발사해 500km로 사거리를 줄였지만 남한 전역을 탄도미사일로 폭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정상 각도면 1000km 이상, 연료 충전량을 늘리면 최대 사거리(2500km)까지 날릴 수 있다. 북이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와 핵우산 전력 출격지인 괌 기지까지 SLBM 사정권에 두면서 동북아 안보지형을 뒤흔드는 상황이 닥쳤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북한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SLBM을 고도화했다는 점이다.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은 ‘궁극의 핵무기’로 불리며 사전 탐지가 거의 불가능한 ‘게임 체인저’다. 북이 2014년 10월 말 SLBM 지상사출실험을 시작해 올 4월 30km 비행에 성공했을 때 우리 군은 “비행거리가 짧다”며 발사 실패로 규정했고, 5월만 해도 “SLBM이 실전에 배치되려면 3∼4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연내 실전 배치될 가능성도 커지면서 군이 북을 얕잡아 보는 바람에 국민이 ‘핵 인질’로 잡힌 형국이다.

북의 SLBM에 맞설 방어 무기가 없다는 점은 더 답답하다. 작년 5월 북의 첫 SLBM 수중 사출시험 성공 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킬 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가 지상 발사 미사일을 표적으로 하는 것이라 SLBM 대응에 제한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미사일방어체계 재검토를 촉구했을 때 “군의 역량을 추가적으로 보완 발전시키면 대비가 가능하다”고 답했던 한 장관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SLBM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요격 범위 안에 있다고 군 당국은 주장하지만 아직 사드 배치 부지도 못 정하고 있고, ‘수중 킬 체인’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데 이어 전방을 찾아 김정은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까지 거론하면서 도발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지만 ‘예의 주시’만으로는 안 된다. 어제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관계 각국이 자제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역할에 기댈 수도 없다. 대(對)잠수함 전력 보강 등 외교안보 전략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한미일 안보공조도 높여야 한다. 잠수함 보유 및 운용·초계·기뢰부설 능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대잠수함 억지 능력을 갖고 있는 일본과의 긴밀한 군사연계 전략도 필요하다. 시간이 없다.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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