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일한 가사도우미의 배신…이상화 시인 백부 유물 훔친 일당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2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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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시인 이상화의 큰아버지 고택을 관리한 80대 가사도우미가 이 집에 있던 이상화 시인 형제 등이 주고받은 편지와 엽서, 생활용품 등을 훔쳐서 팔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24일 중구 서성로 고(故) 이일우 선생의 고택에 보관하던 유물을 훔쳐 판매한 혐의(절도 및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로 가사도우미 김모 씨(85·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김 씨에게 넘겨받은 유물을 다시 판매한 이모 씨(61)와 이를 사들여 보관하던 고미술 매매업자 이모 씨(49) 등 2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3년 3월 24일 이일우 선생 고택 창고에서 유물 1만1263점을 훔쳐 후손들 몰래 이 씨에게 200만 원을 받고 팔았다. 이 씨는 이 유물들을 3000만 원을 받고 매매업자 이 씨에게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고택은 이상화 시인 형제가 어린 시설을 보낸 곳이다. 김 씨는 40여 년간 가사도우미로 일했다. 빼돌린 유물은 편지 3307점, 엽서 1855점, 물건 5018점, 책과 명함, 문서 등 733점, 술항아리, 주전자 등이다.

경찰은 매매업자 이 씨가 보관하던 유물을 모두 회수했다. 현재 국립대구박물관이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물들이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역사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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