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육성 담긴 다큐영화 4개국 동시개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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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 납치 다룬 ‘연인과 독재자’… 9월 22일 한국 필두로 美英日서도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 속 한 장면. 영화에는 신상옥, 최은희 부부가 김일성, 김정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이 담겨 있다. 엣나인필름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 속 한 장면. 영화에는 신상옥, 최은희 부부가 김일성, 김정일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이 담겨 있다. 엣나인필름 제공
“두 분이 꼭 필요하니까 데려와라, 그쪽 애들이 당신을 따로 가둬놓아서 죄수처럼 취급해 가지고 그래서 서로 오해도 생기고….” “왜 우리(북한) 영화는 맨날 나오는 것이 반복하는 게 많고, 도대체 왜 장면 장면마다 자꾸 초상난 집처럼 우는 것만 찍게 만드나.”

북한 김정일이 1978년 납북된 고 신상옥 감독과 배우 최은희 씨 부부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특히 첫 문장에서 김정일이 이 부부의 납치를 직접 지시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 달 22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연인과 독재자’에는 이 같은 김정일의 육성이 담겨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정일의 육성이 담긴 부분은 전체 98분 러닝타임 중 4분 남짓으로 주로 김정일이 부부를 납북한 이유와 소회 등을 얘기한 것이다. 신 감독 부부는 북한으로 납치된 후 북한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김정일과 만날 때마다 목숨을 걸고 몰래 내용을 녹음했다.

김정일의 육성을 녹음한 이유에 대해 신 감독은 생전에 “남한으로 돌아가게 되면 우리의 이야기를 믿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진실을 밝혀줄 유일한 증거”라고 말했다. 최 씨는 “김정일을 만날 때 핸드백에 녹음기를 몰래 숨겼다”고 설명했다.

영국 출신 로버트 캐넌 감독은 “몇 개의 녹음 파일은 외부에서 우리가 직접 찾을 수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던 신 감독과 김정일이 비밀리에 나눈 대화 내용은 얻는 데까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부부의 납북 사건은 한때 ‘자진 월북설’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많았다. 영화와 연극에 관심이 많았던 김정일은 영화산업에 주력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자 1978년 이들을 납치했다. 납북된 두 사람은 북한에서 신필름영화촬영소를 세우고 ‘돌아오지 않는 밀사’ ‘소금’ 등 17편의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은 1986년 해외 촬영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 갔다가 미국대사관을 통해 탈출했으며 미국에서 머물다 1989년 한국 땅을 밟았다.

지난해 제작된 이 영화는 올해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제32회 선댄스영화제 등 세계 유명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얻었다. 23일 영국과 미국, 24일 일본에서도 개봉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김정일#다큐영화#신상옥 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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