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의 사회탐구]굿 보스, 배드 보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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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정성희 논설위원
제너럴 다이내믹스라는 회사에서 여성 최초로 회장이 된 린다 허드슨은 정장 몇 벌을 사면서 백화점 직원의 추천으로 스카프도 구매했다. 놀라운 건 그 스카프를 매고 출근한 다음 날이었다. “열 명이 넘는 직원이 똑같은 스카프를 매고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는 조직을 이끌고 있는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이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다는 걸 보여준다. 옷차림도 이럴진대 리더의 품성이야 말할 필요조차 없다.

검찰 조직에 ‘또라이’가 있어서야

조직이론 전문가 로버트 서턴 스탠퍼드대 교수가 쓴 ‘굿 보스 배드 보스’를 보면 좋은 보스와 함께 일하는 부하들은 좋은 기회를 얻고 높은 동기가 생기며 업무 성과가 높아지고 병도 잘 안 걸린다. 스웨덴 남성 3122명을 상대로 10년간 추적한 결과 훌륭한 상사 밑에서 일하면 심장발작에 걸릴 확률이 20% 줄어들었다. 상사만 잘 만나도 인생이 활짝 필 수 있단 얘기다. 그러니 좋은 상사를 만나는 건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만큼 중요하다. 마음 안 맞는 배우자와는 이혼이라도 할 수 있지만 상사는 그럴 수 없다는 게 비극이다.

새내기 검사를 향한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의 적나라한 실상이 드러났다. 김모 부장검사는 부하직원들에게 인신 모욕적인 막말을 퍼붓고 마음에 들지 않는 보고서를 구겨서 내던지며 종종 폭력도 행사했다고 한다. 이런 행위가 업무와 관련한 것이었으면 그나마 낫겠는데 ‘2차’를 할 방을 마련하지 못했다거나 메뉴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부하 직원에게 이렇게 했을 때는 피의자들에게는 어쨌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저 진짜 조직을 위해 개처럼 살았습니다.” 영화 ‘내부자들’에 나온 검사의 대사가 시사하듯 검찰 같은 조직은 때로 맹목적 충성을 요구하며 악역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군기반장이 하나 있으면 조직이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관으로서 기강을 세우는 것과 직위를 이용해 부하들에게 폭압적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또라이’가 승승장구하는 조직엔 미래가 없다. 견디지 못하는 구성원들이 조직을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사기는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매킨지가 ‘문제적 상사’에 관한 ‘총또라이비용(TCJ·Total Cost of Jerks)’을 조사한 결과가 흥미롭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회사가 ‘성질 더러운’ 직원 한 명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계산해 본 결과 연간 1억4500만 원이었다고 한다.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나쁜 상사는 부하의 영혼을 갉아먹고 조직을 죽인다.

실제로 젊은 직장인이 조직을 떠나려는 이유는 보수가 적어서 혹은 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가 아니다. 황당한 지시나 성희롱 등 무례한 행동, 변덕스러운 의사결정, 부하직원들의 공 가로채기, 윗사람에 대한 아첨과 아랫사람에 대한 고압적 태도 등 상사에 대한 불만 때문일 경우가 가장 많다.

나쁜 상사는 전염성이 강하다

나쁜 보스는 왜 조직에 해악을 끼칠까. 전염성이 강해서다. 나쁜 보스의 ‘또라이’ 행동을 보고 배운 부하들이 그 위치에 올라가게 되면 상관의 행동을 따라 하며 그래도 된다고 정당화한다. 조직이 건강한가를 알려면 나쁜 상사가 있는지, 없는지를 보면 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제너럴 다이내믹스#린다 허드슨#리더#폭언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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