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北영재 한국행, 中결정에 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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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사관 들어가 망명 요청
홍콩 외교 국방은 中정부 관할… 현지언론 “한국행, 오래 걸릴수도”

홍콩과학기술대에서 열린 제57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수상자들. 북한 인공기를 들고 있는 북한 학생들이 보인다. 이번 대회에
 북한 대표로 참가한 6명 가운데 1명이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에 들어와 망명을 요청했다. 사진 출처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페이스북
홍콩과학기술대에서 열린 제57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수상자들. 북한 인공기를 들고 있는 북한 학생들이 보인다. 이번 대회에 북한 대표로 참가한 6명 가운데 1명이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에 들어와 망명을 요청했다. 사진 출처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페이스북
중국에 있는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출로 북한이 국가보위부 직원 등 700명을 중국에 보내 단속에 나선 가운데 이번에는 고위층 자녀인 수학 영재가 탈북해 북한 당국이 더욱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홍콩의 소식통에 따르면 홍콩과학기술대에서 열린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참가한 북한 대표단은 15일 저녁 홍콩 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시상식과 저녁 만찬에 참석한 뒤 오후 8시경 홍콩과기대 기숙사로 돌아갔다. 이튿날 오전 일찍 IMO 사무국은 북한 학생 1명이 보이지 않자 비밀리에 소재 파악에 나섰다.

탈북 학생은 15일 저녁 숙소에서 빠져나왔고, 주말이어서 한국총영사관이 문을 열지 않는 16, 17일엔 홍콩 시내에 몸을 피했다가 18일경 총영사관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109개국 602명의 학생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였던 이번 IMO에서 북한은 남학생 6명을 출전시켜 종합 점수 168점으로 6등을 했다. 1∼3위는 미국(214점) 한국(207점) 중국(204점)이 차지했다.

탈북 학생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참가해 금메달을 받은 영문 이름 이니셜 ‘R’ 혹은 ‘J’이거나 올해로 3번째 참석해 은메달을 받은 또 다른 ‘R’ 가운데 한 사람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3명은 올해 처음 참가했다.

홍콩이 반환되기 전인 1995년 11월 한국과 홍콩 정부는 협약을 맺어 홍콩으로 밀입북한 북한 주민들이 한국행을 희망할 경우 별 문제 없이 인도했다. 1996년 11월 23일 홍콩에 들어온 북한 과학자 김경호 씨 가족 17명이 홍콩의 상수이(上水) 난민수용소에 머물다 그해 12월 9일 한국에 들어오는 등 홍콩을 경유한 탈북자의 한국행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1997년 7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외교와 국방은 중국이 관할하고 있어 ‘탈북 학생’ 처리는 중국 당국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그동안 북한을 의식해 자국 내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을 수년씩 붙잡아 뒀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탈북 학생의 한국행에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홍콩 밍(明)보는 내다봤다. 한중 관계는 한반도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아주 껄끄러운 상황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탈북#영재#홍콩영사관#중국#홍콩#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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