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거스르는 ‘10억 달러짜리 비밀병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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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화려하게… 더 화끈하게…
9년 만에 돌아온 맷 데이먼의 ‘제이슨 본’

본(맷 데이먼)의 얼굴엔 세월이 고스란히 담겼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상황에서도 맨손으로 살아남는 강한 인간병기다. UPI 제공
본(맷 데이먼)의 얼굴엔 세월이 고스란히 담겼다. 하지만 여전히 어떤 상황에서도 맨손으로 살아남는 강한 인간병기다. UPI 제공
《‘제이슨 본’이 9년 만에 돌아왔다.

본 시리즈 1편인 ‘본 아이덴티티’(2002년 촬영 당시)의 29세 본은 어느새 주름이 보이는 45세 중년이 돼 4편 ‘제이슨 본’에 등장했다.

나이는 들지언정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만든 ‘10억 달러짜리 비밀병기’는 쉽게 쇠약해지지 않는다.

이번 편에선 CIA도 단단히 별렀다. 본을 찾기 위해 전작에 없던 ‘사이버 정보요원’들을 동원한다.

액션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본 시리즈’의 주요 장면들을 비교하며 14년을 돌아본다.》

본 시리즈 명장면들 ① 본 아이덴티티(2002년)=볼펜 하나로 적의 급소를 찔러 제압.② 본 슈프리머시(2004년)=허름한 택시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CIA의 추격을 따돌림.③ 본 얼티메이텀(2007년)=4층 옥상에서 옆 건물 창문으로 점프.④ 제이슨 본(2016년)=주먹 숫자는 줄었지만 ‘한 방’은 더 강해짐. 영화 화면 캡처·UPI 제공
본 시리즈 명장면들
① 본 아이덴티티(2002년)=볼펜 하나로 적의 급소를 찔러 제압.
② 본 슈프리머시(2004년)=허름한 택시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CIA의 추격을 따돌림.
③ 본 얼티메이텀(2007년)=4층 옥상에서 옆 건물 창문으로 점프.
④ 제이슨 본(2016년)=주먹 숫자는 줄었지만 ‘한 방’은 더 강해짐. 영화 화면 캡처·UPI 제공


○ 자동차 추격신

27일 개봉한 ‘제이슨 본’에서는 역대급 차 추격전이 펼쳐진다. 특히 화려한 네온사인 가득한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 앞 대로변에서 200여 대 차가 정신없이 부서진다. 8일 내한한 맷 데이먼은 “시에서 허가를 내준 것도 의외였다. 밤 12시경 대로로 연결되는 골목을 모두 막고 촬영했는데 자동차 추격신 중 가장 스펙터클하다”는 말로 기대감을 높였다.

본의 자동차 추격신은 전작 ‘본 슈프리머시’(2004년)를 대표하는 신이기도 하다. 모스크바 16차선 대로에서 벌어진 추격전은 마치 관객들이 그의 차에 함께 올라탄 듯 몰입하게 했다. 달리는 트레일러 위에 차를 실어 촬영하는 대신 본의 차 앞에 특수 차량을 연결시켜 가까이에서 촬영한 게 비결. 8분 남짓한 이 장면은 ‘추격신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많은 액션물이 이 스타일의 추격신을 따라했다.

‘제이슨 본’의 추격신은 전작보다 화려하다. 경찰특공대 차량이 수십 대의 차량을 깔아뭉개며 폭주하는 장면이나 전작에서의 허름한 택시 대신 미국 고성능 머슬카 ‘닷지(도지) 차저’를 타고 달리는 본은 새로운 볼거리다. 이번 작품에 들어간 제작비는 1억2500만 달러(약 1422억 원). 사상 최대 규모다.

여기에 폴 그린그래스 감독 영화 특유의 사실적인 촬영, 군더더기 없는 편집이 추격신의 쫄깃함을 살리는 데 큰 몫을 했다. “폴 감독이 아니면 본 시리즈를 안 하겠다”던 데이먼의 고집이 이해 가는 부분. 영화 초반 시위가 벌어진 그리스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에서 계단을 거슬러 오르거나 골목을 휘저으며 CIA를 따돌리는 모터사이클 추격신은 자동차 추격신과는 다른 섬세함을 보여준다. ★★★★(전작 대비 평점·★5개 만점)

○ 맨손 액션

본에겐 담배에서 발사되는 초소형 로켓 같은 ‘007 제임스 본드’식 첨단 무기가 없다. 1편인 ‘본 아이덴티티’의 ‘칼과 볼펜’ 격투신은 본 시리즈 특유의 맨손 액션을 보여준다. 무방비 상태에서 적이 덮치자 본은 볼펜 하나로 맞선다. 이후 시리즈에서는 잡지, 수건이 무기로 활용됐다. 이번 영화에서도 궁지에 몰린 본은 나무의자 다리를 부러뜨려 무기로 쓴다. 거친 맨손 격투의 흔들림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핸드헬드(Hand Held·손으로 들고 찍는)’ 기법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본 얼티메이텀’(2007년)에선 온몸을 던진다. 모로코 탕헤르의 4층짜리 건물 옥상을 내달리다 건너편 건물 창문으로 뛰어드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스턴트맨이 카메라를 들고 같이 뛰며 찍었다.

‘제이슨 본’은 전작과 비교해 본의 맨손 격투신이 적긴 하다. 본의 날렵한 ‘필리피노 칼리’(필리핀 무예)식 격투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다만 ‘나는 누구인가’ 존재의 의문을 넘어 아버지의 죽음까지 파헤치는 본의 살기는 전작에 없던 것이다. 프랑스 연기파 배우 뱅상 카셀과의 독해진 일대일 격투신도 눈길을 끈다. ★★★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제이슨 본#본 시리즈#맥 데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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