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맨십 외교’ 눈길 끈 中 외교부장 왕이… 차기 국무위원 노리는 야심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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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외교장관 회의 폐막]남북한 상대 ‘냉온탕 제스처’ 주목
남중국해 판결 완패 만회 기회로

라오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거침없는 외교 행보로 언론의 관심을 끈 인물로는 단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꼽힌다. 한중 외교장관회의 모두 발언에선 굳은 표정으로 유감을 표시하는 결례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가 언론이 나간 뒤엔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며 친근감을 표시하는 쇼맨십까지 능수능란하게 발휘했다.

준수한 외모로 인지도가 높은 그는 베이징(北京) 제2외국어학원을 거쳐 1982년 외교부에 들어간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문화혁명 시기 고교 졸업 후 7년 넘게 하방(下放·지방으로 내려보냄)하는 시련을 겪었지만 첸자둥(錢嘉東) 전 제네바 주재 중국 대사의 사위가 되는 등 외교관으로서는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최근 남중국해 분쟁 이후 중국 내 애국주의 붐을 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왕이 부장이 외국 물품을 사지 말라고 했다”는 유언비어가 돌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도 치솟고 있다.

왕 부장은 주일대사관에서 참사관, 공사로 일하고 외교부 아주국장과 부부장을 거쳐 주일대사를 지내는 등 일본통으로 불린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일본 총리와 사적으로 가깝고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와도 교분이 깊은데도 막상 외교 현장에서는 일본을 향해 직설화법을 날리는 거친 면모를 보여 왔다.

2013년 외교부장에 취임한 그는 내년에 진행될 19차 당 대회를 전후해 차기를 모색해야 한다. 부총리급에 해당하는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노린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최근 남중국해 관련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이 중국의 완패로 드러난 상황에서 왕 부장이 이번 ARF를 실점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았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왕 부장이 남북한 차등외교를 통한 쇼맨십을 보인 것도 차기를 겨냥한 ‘보여주기’ 외교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엔티안=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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