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근 조치, 양국 신뢰 훼손”… 왕이 中외교부장 사드 맹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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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외교장관 회의]
中숙소 찾아가 험한 말 들은 정부 “안 만나면 되레 외교불통 굳어져”
韓 따돌린채 北-中회담땐 최악… 정부 “심야라도 좋다” 회담 제의
中, 기자 입장시킨뒤 ‘결례성 발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25일 새벽 라오스 비엔티안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오른손을 턱에 댄 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말을 듣고 있다. 외교부 제공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25일 새벽 라오스 비엔티안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오른손을 턱에 댄 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말을 듣고 있다. 외교부 제공
중국이 라오스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를 자국 외교의 홍보장으로 십분 활용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5일 북-중 회담에 앞서 회의장 밖으로까지 나와 환한 표정으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의 등에 손을 올리는 등 환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두 사람은 “취임을 축하한다”(왕 부장) “축전을 감사하게 받았다”(이 외무상) 등의 덕담도 주고받았다. 전날 같은 비행기로 비엔티안에 도착했고 같은 호텔을 사용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한국 언론에 북-중 회담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국 배치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중국은 24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외교적 결례에 해당하는 태도를 보였다. 왕 부장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최근 조치는 양국 신뢰의 기초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비외교적인 방식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의 이런 반응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한중 회담은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안 만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이어 외교장관 회담조차 한중 간 만남이 불발되면 ‘사드 외교 난맥상’이 명백해지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중이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 북-중 외교 회담만 성사된다면 오히려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이 일 것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한국은 먼저 중국에 ‘만나자’고 제의하고 “심야시간이라도 좋다, 장소도 중국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며 최대한 편의를 제공했다.

결국 회담 시간은 중국이 받아들인 시간(24일 오후 10시 15분·한국 시간 25일 0시 15분)이었으며 장소도 중국 대표단 숙소인 돈찬팰리스 호텔로 정해졌다. 모두발언에서 ‘사드’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회담장을 떠나면서 ‘사드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왕 부장은 “물론이다”라고 쏘아붙였다. 다만 왕 부장은 기자들이 떠난 뒤에는 윤 장관에게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져 한중 회담에서 미디어 쇼맨십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비엔티안=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arf 외교장관 회의#왕이#이용호#윤병세#사드#한중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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