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메갈리아의 넥슨 시위? '번지수 잘못 짚었다.'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7월 22일 12시 13분


코멘트
클로저스의 성우 교체 논란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김 성우의 계약 해지를 문제 삼은 메갈리아 등 일부 커뮤니티가 판교에 있는 넥슨 본사에서 해당 논란에 대한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

해당 사건은 지난 20일 게임동아의 <클로저스 성우 교체 논란, “왜 넥슨이 욕을 먹어야 하나?"(http://game.donga.com/84682/)> 기사를 통해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이 사건은 김 성우와 넥슨이 계약금을 지급하고, 상호 계약해지를 한 것으로 결말이 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갈리아와 워마드, 메갈리아4 등의 관련 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여성 혐오'에 대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넥슨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나섰다.

넥슨 시위 안내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넥슨 시위 안내 이미지 (출처=게임동아)

이들 커뮤니티는 '메갈리아4'를 지지하는 뜻의 티셔츠를 입은 김 성우가 부당 해고를 당했으며, 이에 따라 여성 인권이 심각한 침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발생시킨 넥슨을 규탄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이번 사태가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여성 인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건인 것일까?

먼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넥슨이다. 방학 시즌이 시작되는 7월과 8월은 게임 시장에서 가장 성수기로 불리는 기간이다. 액션 온라인게임인 클로저스 역시 주 사용자층이 학생인 관계로 이에 맞춰 여름 콘텐츠 업데이트를 계획했고, 그중 하나가 바로 신규 캐릭터 '티나'였다.

하지만 티나의 목소리를 맡은 김 성우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며, 시기에 맞춰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게임 업데이트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이 콘텐츠 업데이트의 계획은 모두 어그러졌고, 어림잡아도 수십억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

클로저스 공지사항 (출처=넥슨)
클로저스 공지사항 (출처=넥슨)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손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넥슨은 해당 성우의 계약료를 모두 지급한 뒤 계약 해지를 진행했다. 더욱이 김 성우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정상적으로 계약 해지를 진행했고, 명백히 본인의 잘못이며, 넥슨에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렇듯 이미 사안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이들 메갈리아를 비롯한 파생 커뮤니티는 김 성우를 지지한다며 시위를 진행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밝혔다. 위자료를 청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큰 피해를 본 넥슨이 양보하여 계약해지를 했고, 김 성우 역시 이에 동의한 상황에서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김 성우를 지지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더욱이 이미 본인이 해당 사안에 대해 해결됐다고 밝혔음에도 이런 시위가 벌어지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김 성우와 일을 하려고 할 것인가? 이는 메갈리아 스스로가 성우 앞길을 막는 것이다. 이번 시위가 계속 공론화 된다면 결국 최후의 피해자는 그 성우 자신이다.

아울러 메갈리아를 비롯한 진보 언론은 '티셔츠' 하나를 공개한 것으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한 명의 여성 성우가 게이머들의 압박으로 계약 해지 된 것은 부당 해고이며, 이는 아직 한국의 여성인권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티셔츠' 한 장 공개한 것이 무엇이 그렇게 심각한 사안이냐는 것이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이 티셔츠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메갈리아4 후원 텀블벅 프로젝트 페이지 (출처=텀블벅)
메갈리아4 후원 텀블벅 프로젝트 페이지 (출처=텀블벅)

이 티셔츠에는 “소녀들은 왕자가 필요 없다”라고 쓰여있다. 당연한 말이다. 디즈니에서도 단순히 왕자를 기다리는 옛날 공주의 모습에서 탈피하여, 라푼젤, 말레피센트와 같은 여성 중심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는 게임도 마찬가지로, 현재 등장하고 있는 게임 중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고, 또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울러 게이머들은 이 티셔츠의 문구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다. 관심이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게이머들이 이번 사태에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이 티셔츠가 만들어진 목적이다.

해당 티셔츠는 '메갈리아'에서 파생된 ‘메갈리아4’에서 제작한 것으로, 페이스북 소송 및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인 메갈리아와 파생 커뮤니티 회원에게 쓰이는 후원금을 지원한 이들에게 제공되는 일종의 '보상품'이다. 또한, 메갈리아와 소속 커뮤니티 회원들의 법적 소송 및 여성 인권 증진을 위해 쓰인다고 공지되어 있다.

문제는 이 후원금이 쓰이는 사용처다. 그 동안 메갈리아, 워마드, 메갈리아4 등과 같은 커뮤니티는 여성 혐오 미러링(논란을 그대로 반사하여 상대의 실체를 드러내는 전략)과 여성 인권 신장이라는 명목아래 온갖 문제를 일으켜 왔다.

메갈리아 키워드 검색 결과 페이지 (출처=구글)
메갈리아 키워드 검색 결과 페이지 (출처=구글)

또한, 이전 기사에 서술한 '씹치남', '재기해'라는 상식 이하의 단어부터 자유게시판의 제목이 '보X 놀이터'일 정도로 남성, 여성의 성기를 거리낌 없이 언급하는 등 문제가 상당했다. 메갈리아의 자료 조사를 위해 포털에서 메갈리아를 검색한 기자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이들 게시물의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무분별한 댓글 테러와 실명을 언급한 악플, 장애인 비하와 6.25 전쟁 비하, 무차별 신상 공개 등 일일이 열거 하기도 힘들 정도로 이들 커뮤니티는 온갖 문제적 이슈를 일으켰다. 실제로 악플과 신상 공개, 허위 정보 유포 등을 참다 못한 연예인과 사회 각층에서 이들을 대상으로한 법적 소송이 진행 중인 것도 사실이다.

메갈리아4 후원 텀블벅 프로젝트 질의응답 중 일부 (출처=텀블벅)
메갈리아4 후원 텀블벅 프로젝트 질의응답 중 일부 (출처=텀블벅)

메갈리아와 그 파생 커뮤니티를 위한 법적 소송 후원금을 사용처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한 회원이 "메갈리아4 회원만이 법적 대응의 대상자인가?"라는 질문에 운영자가 직접 "유명 웹툰의 M모 작가를 대상으로 댓글을 남겨 기소된 피의자가 있다면 기꺼이 돕겠다"라는 답변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웹툰 작가 본인과 가족들이 허무 맹랑한 비방글로 피해 받은 사건으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허위 비방글과 모욕적인 게시물을 지속적으로 남긴 이들을 대상으로 형사와 민사에 걸쳐 소송이 진행 중이다. 메갈리아4의 운영자가 직접 이런 사회 문제를 일으킨 이들을 위해 '티셔츠'를 받을 수 있는 후원금이 사용된다는 것을 공공연히 밝힌 셈이다.

그리고 내부 회의를 통해 후원금이 전달된다고 했지만, 이 후원금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고,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으며, 얼마만큼의 금액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영수증 처리 등 관리 방식 역시 불투명 한 상황이다.

그리고 1억 원이 넘는 돈이 후원금으로 모였다고 밝혔는데, 이는 불특정 다수에게 1,000만원 이상의 금액을 후원 받을 경우 적용되는 '기부품법'에 해당되는 사안이다. 과연 메갈리아4가 이 '기부품법'의 테두리 안에서 후원금을 모았는지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메갈리아4 후원 텀블벅 프로젝트 안내문 (출처=텀블벅)
메갈리아4 후원 텀블벅 프로젝트 안내문 (출처=텀블벅)

비록 메갈리아4가 메갈리아 등 이전 사이트와는 다른 노선을 걷는다고 주장 하지만,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일례로 게임에는 속편이 등장하지만 이들을 다른 게임이라고 분류하지 않는다. 즉 '레지던트 이블 1편과 4편을 다른 게임'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언제나 목소리를 함께 해왔고, 이번 사태에서도 동조하여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게이머들이 '티셔츠'를 공개한 이에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았던 알지 못했던 '메갈리아4'의 '티셔츠'는 허위 비방글과 무분별한 모욕적인 비난을 공공연하게 남긴 이들의 법적 소송을 위해 사용되는 '후원금'을 지원했다는 증거이기 때문.

이러한 정황을 살펴봤을 때 이번 사건은 여성 평등이라는 주제와 거리가 멀다. 메갈리아와 파생 커뮤니티는 이전부터 상식 이하의 발언을 일삼아 왔고, 게이머들은 항상 이들을 비난해 왔다. 게이머들이 '메갈리아4' 티셔츠를 입은 성우의 교체를 요구한 것은 여성 인권을 폄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티셔츠가 메갈리아와 그 파생 사이트들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행동에 나선 것이었다.

몇몇 매체와 메갈리아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말하는 '메갈리아 티셔츠 비난=여성 혐오'라는 주장은 '달을 가리키며 손가락을 들었는데 정작 달을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메갈리아와 파생 사이트는 그들의 주장을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시위를 강행하는 메갈리아와 관련 커뮤니티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 이 시위의 목적은 무엇인가?

김 성우가 부당하게 해고를 당한 것인가? 이미 김 성우는 계약금을 받은 후 정상적으로 계약을 해지했으며, 공식적으로 넥슨에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밝혔다. 더욱이 그녀는 프리랜서 성우다. 언제든 기업과 계약을 맺고 해지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소리다.

여성 혐오의 문제인가? 이 사건과 관련하여 논란을 제기한 게이머들은 그 누구도 여성 혐오와 관련된 주장을 하지 않았다. 단지 그 동안 메갈리아와 관련 커뮤니티들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을 언급했고, 이들에 대한 비판만을 쏟아냈을 뿐이다.

만약 이 커뮤니티의 지지자들이 메갈리아를 비판한 것을 '여성 혐오'라고 인식한다면 이는 대단한 착각이다. 이들은 일개 커뮤니티에 불과하며, 이들이 평소에 어떤 혐오스러운 단어를 사용했고, 어떤 소송에 휘말렸는지 찾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메갈리아의 지지를 밝혔다는 이유로 성우의 교체를 요구한 게이머들의 의견을 받아들인 넥슨에 대한 비난인가? 사기업이 자신들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의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은 여성 혐오와 관련이 없는 사안이다. 넥슨은 자신들의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빠르게 적용시켰다. 기업으로써 당연한 일처리를 한 것이다.

정작 메갈리아와 관련 커뮤니티들 역시 소비자, 시청자 임을 주장하며 수 많은 연예인들의 하차를 주도하고, 각종 기업의 제품 불매 운동을 펼치지 않았나?

위의 세 가지 질문 이외에도 이번 사태에 대한 의문점은 너무나도 많다. 넥슨 정문 앞 시위를 주도하는 메갈리아와 관련 커뮤니티에게 다시 묻고 싶다. 이 시위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가?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